골프연습장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공개수배 6일 만에 검거된 심천우·강정임은 경찰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오늘(4일) 수사결과 중간발표에서 지난달 24일 47살 A씨를 납치·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1차 조사에서 담담한 태도로 조사에 응했지만, 핵심 피의사실인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납치 당일 경남 고성의 한 폐주유소에 피해 여성과 둘만 남아 있던 심천우는 "잠깐 나갔다 오니 피해자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A씨 시신을 유기하고 금품을 빼앗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진술은 앞뒤가 맞지 않아 거짓말로 보고 계속 사실관계를 추궁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이전에도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강도살인이라는 동일 수법의 범행을 수차례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4월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납치 범행을 지인에게 제의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같은 수법의 범행을 다른 지인 2명에게도 각각 제의했으나 마찬가지로 거절당했습니다.
이들이 꾸민 계획은 A씨 납치·살해와 마찬가지로 범행 대상을 납치한 뒤 범행 차량이 앞서고 피해자 차량이 뒤따르는 식으로 도주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달리는 차량을 들이받은 뒤 범행을 시도하려 했지만 해당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행 이후 이들의 도주 경로도 일부 추가 확인됐습니다.
함께 움직이던 3인조는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피해자 명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26일 밤 10시쯤 함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먼저 구속된 심천우의 6촌 동생 심 모씨는 당시 700만원을 빼오라는 심천우의 요구에도 발각될까 두려워 70만원밖에 뽑지 못했고, 이후 심천우가 혼을 내자 "집에 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인조는 함안 관내를 돌며 바다나 강이 보이면 피해 여성에게서 빼앗은 귀중품들을 하나씩 버렸고, 나머지는 모아서 불에 태워버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7일 새벽 경찰 추적을 눈치채고 함안군 가야읍에 차를 버리고 달아난 3인조 중 심천우와 강정임은 동생과 떨어져 야산에서 2시간 정도 숨었으며, 동생은 그 사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심천우 등 2명은 산에서 내려와 남해고속도로로 이동하던 중 정차해 있던 트럭을 발견하고, 기사에게 "5만원을 줄 테니 부산까지 태워달라"고 했습니다.
부산 주례 쪽으로 온 이들은 당일 오전 모텔에 투숙한 뒤 새 옷을 사 입고 한동안 부산 일대를 배회했습니다.
이들은 28일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경찰은 이밖에 심천우에게 카드 빚 2천600여만원이 있어 상환 독촉을 받아왔고, 범행 전 마대자루 등을 준비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들 3인조는 납치 당일 피해 여성이 고급 외제차를 탄 데다 가방을 들고 내리는 걸 보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정작 가방 안에는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고급 시계 등을 제외하고 현금은 10만원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1차 조사를 마친 경찰은 심천우와 강정임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경찰은 심천우가 동생에게 제안한 것처럼 강정임에게도 "돈을 주겠다"며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한 관계자는 "3인조는 도주 중이던 26일 들른 순천의 한 PC방에서는 태연히 게임을 하기도 했다"며 "조사도 크게 뉘우치는 기색 없이 담담하게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3인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하면 골프장 캐디가 버는 것보다 훨씬 많이 번다'는 진술이 있었다"며 "애초 추정처럼 금품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고, 살해 방법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