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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미 대법관 퇴임 고려…대법원 보수색 더 짙어질듯

입력 : 2017.07.03 23:35|수정 : 2017.07.03 23:35


미국 대법원 내에서 '균형추'이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온 앤서니 케네디(81) 연방대법관이 내년에 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은 3일(현지시간) 케네디 대법관이 최근 자신의 법원 서기 지원자들에게 내년에 퇴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케네디 대법관은 오는 10월부터 일을 시작할 서기들은 이미 고용한 상태지만, 2018년 10월부터 일을 시작하는 서기들은 아직 채용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 퇴임할 계획을 갖고 있어 일부러 서기를 뽑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 방송도 앞서 지난달 케네디 대법관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구체적인 시점은 특정하지 않은 채 그가 퇴임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종신제인 미 연방대법관은 사망하거나 스스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임기가 보장되는데 케네디 대법관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고령 탓에 조기 퇴임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정권 때 임명된 케네디 대법관은 중도 보수성향이면서도 이념적으로 갈리는 논쟁적 사안에서 진보적 판결을 내리며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2013년 연방 정부가 부부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동성 커플이 받지 못하도록 한 1996년의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판단을 해 동성결혼 합법화의 길을 연 데 이어 2015년 찬반이 팽팽히 맞선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때는 캐스팅 보트를 자처하며 동성 커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케네디 대법관이 은퇴하게 되면 대법원의 보수색채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보수성향의 인물을 후임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대법원의 이념지형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우위다.

지난해 초 '보수파의 거두'로 불리던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 사망 이후 한동안 보수 4명, 진보 4명으로 팽팽한 구도를 형성했으나,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다시 보수 우위로 회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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