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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제치고 폴란드부터 찾는 트럼프…'닮은꼴 정권 힘싣기?'

입력 : 2017.07.03 09:49|수정 : 2017.07.03 09:49

대규모 환영인파 기대…폴란드계 美 유권자·에너지 수출 고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유럽의 오랜 동맹국들을 제쳐놓고 폴란드부터 방문하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주 유럽으로 출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먼저 6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다.

이는 유럽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먼저 공식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의 전통을 깨는 것이라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서유럽보다 폴란드를 먼저 찾는 것은 2001년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등 소수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유럽 순방에서 벨기에와 이탈리아에 들렀으나, 당시 방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벨기에)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이탈리아)와 같은 국제기구 행사 참석의 성격이 강했다.

AP통신이 분석한 폴란드 방문 결정의 첫 번째 이유로는 자신과 닮은 '포퓰리즘' 지도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강한 민족주의 색채와 '반(反)무슬림' 정책을 앞세워 2015년 집권한 폴란드 '법과정의당'(PiS)은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가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폴란드 우파 정권에 힘을 실어줘 서유럽과 폴란드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폴란드가 트럼프 대통령을 맞을 대규모 환영인파를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실제로 폴란드 여당 의원들과 친정부 활동가들은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동원해 바르샤바 크라진스키 광장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연설을 청취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순방에서 다소 썰렁한 유럽 무대 데뷔전을 치른 데다 이어질 G20 정상회의에서 냉랭한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바르샤바의 대규모 환영인파는 매력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항의 시위를 우려해 영국 방문을 연기할 수 있다는 최근 가디언 보도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폴란드의 높은 국방 예산 비중을 부각하려는 목적에서 바르샤바행(行)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하면서 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에 GDP(국내총생산)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데, 폴란드는 그 기준을 충족하는 5개 나토 회원국 중 하나다.

아울러 폴란드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바르샤바부터 찾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폴란드계 미국인은 다수의 격전지에서 중요한 유권자층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작년 대선 때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주(州)에서 폴란드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에 승리를 거머쥔 바 있다.

동유럽 에너지 수출의 교두보 확보라는 측면에서 폴란드를 찾는다는 분석도 있다.

발트해, 아드드리아해, 흑해 사이에 있는 동유럽 12개국의 에너지·통상 관련 정상회의가 바르샤바에서 열리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미국을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만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동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에도 맞아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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