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고객 가운데서는 10채 투자하신 분도 있어요." 얼마 전 찾아간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체의 대표의 얘기입니다. 성북구는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말하는 전세가율이 83% 정도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전세가격을 이용해 수천만 원만 들여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성북구 공인중개업체의 대표는 "지난해 특히 갭 투자 문의가 많았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투자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갭 투자는 전세금을 올리거나 주택 매매 가격이 오르면 매매와 보유하면서 든 각종 세금과 수수료, 대출 이자 등을 제외한 차익 만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 전세 수요가 많을 때, 대출 금리가 쌀 때 유리한데, 최근 3년 전쯤부터 주요 투자수단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 갭 투자는 아직 유효? 이제 끝물?
주택시장 투기를 잡겠다고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성행하고 있는 갭 투자를 막을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부 지역에서 갭 투자가 성행하는 이유는 높은 전세가율 때문"이라며 "지역별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전세가율을 낮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업계 일부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순식간에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인 데다, 6.19 대책 발표 직후 주춤했던 집값도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오면서 갭 투자에 대한 관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면, 갭 투자가 끝물이라는 시각은 금리 인상, 정부 규제와 같은 요인에 주목합니다. 갭 투자는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도 계속 상승한다면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고, 부동산 과열을 막아야 하는 정부도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와 같은 추가 규제를 내놓은 가능성도 큰 상황입니다.
● '고공행진' 전세가율에 불안한 세입자
그런데 갭 투자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나, 다음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 전세가격이 내리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입자들에게 제때 보증금을 주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집 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구할 때는 통상 집 주인이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과 전세금을 포함한 금액이 집값의 70%, 다가구나 연립은 60% 이하의 주택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114 조사 결과를 보면 6월 초 기준으로 서울에서는 성북구를 비롯해 동대문, 중랑, 관악, 구로 등 5개 구가 전세가율이 80%를 넘었고, 14개 구가 70%를 넘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세입자들이 소중한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보편적인 건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이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집이 경매에 들어갔을 때 확정 일자 또는 설정 일자보다 후순위의 권리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 있어선 다른 점이 꽤 있습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확정일자는 동사무소나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지만, 전세권은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보증금에 비례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대신 전세권은 계약 기간 종료 후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때 바로 세입자가 압류와 경매처분을 바로 진행할 수가 있지만, 확정일자는 보증금반환 소송을 걸어 법원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라는 판결문을 받고 경매에 신청해야 합니다. 그만큼 확정일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또 돈을 돌려받을 때까지 그 집에서 살고 있어야 합니다.
단,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만으로 무조건 전세 보증금 전액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경매 시 낙찰 가격이 집값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는데, 특히 집주인이 전세 계약에 앞서 대출받은 것이 있다면 금융기관에서 이를 먼저 받아가기 때문에 보증금을 100% 다 받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체납세금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계약 전에 집주인이 미납한 국세나 지방세가 있다면 압류가 진행될 수도 있고, 또 경매에서도 전세보증금에 앞서 세금을 징수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세청에서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액을 알아볼 수 있는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운영 중이데, 집주인으로부터 동의를 얻으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전세금보장보험 가입자 '급증'
'전세금을 혹시 돌려받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은 전세금보장보험 가입건수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전세금보장보험은 임대차 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된 후 30일이 경과되었음에도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 전세금 전액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입니다.
즉,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못 구하고 있다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집값 하락이나 집주인의 과도한 빚 등으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때 금융기관이 돈을 대신 지급하는 겁니다. 현재 SGI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증신용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두 가지 상품이 있습니다. 이들 상품의 가입 건수를 보면, 2014년 1만 8천여 건에서 지난해 4만 1백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리고 올 들어서는 5월까지 2만 2천여 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SGI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보증신용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가입 요건과 비용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SGI 상품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 액수에 대한 제한이 없고, 아파트가 아닌 기타주택은 전세보증금 10억 원 이하일 경우 가능하지만 HUG 상품은 수도권은 보증금 5억 원 이하, 비수도권은 4억 원 이하만 가입 가능합니다.
반면, 비용은 HUG 상품이 더 쌉니다. 아파트 기준으로 HUG는 연 0.128%, SIG는 연 0.192%입니다. 다만, HUG는 보증금반환 채권양도계약을 필수적으로 맺어야 합니다. 보증기관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회수절차에 돌입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받아야 하기 때문인데, HUG는 이중양도 위험을 막기 위해 가입 시 양도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 계약을 맺을 때 집주인의 동의는 필요 없지만 집주인에게는 계약을 맺었다는 통보가 가게 됩니다. SGI의 경우는 보증금반환 채권양도계약이 선택 사항인데, 만약 계약을 맺는다면 비용은 연 0.1536%로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똑같이 채권양도계약을 맺는다고 하면 전세보증금 3억 원 아파트 기준으로 보험료는 2년간 HUG가 76만 8천 원, SGI는 92만 1천 6백 원으로 2년간 약 15만 원, 연간 약 7만 5천 원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그동안 SGI 상품은 가입 시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지난 20일부터는 동의 없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전세금보장보험이 집주인에게 큰 손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어 가입을 꺼려했던 세입자들이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세금보장보험은 비용이 드는 만큼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지만, 고공행진하는 전세가율 속에서 세입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