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담배회사에 불법 판매한 필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5·24 대북 제재'에 따라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가 금지된 상황에서 2천t이 넘는 담배 필터를 중국을 거쳐 북한 회사에 판매한 국내 제조업체가 해경에 적발됐습니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는 대북 교류와 관련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국내 담배 필터 제조업체 대표 57살 A씨 등 회사 관계자 3명과 무역브로커 59살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 등 4명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담배 필터 2천80t을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 담배제조회사 4∼5곳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판매 금액 규모만 160억 원에 달합니다.
개당 10㎝ 길이의 필터 2천t은 담배 6억 7천600만 갑을 만들 수 있는 분량입니다.
북한 담배회사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이 필터를 사용해 만든 담배를 중국에 수출해 한 갑당 440원의 이익을 남겨 5년간 총 3천억 원가량을 번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습니다.
A씨 등은 형식상으로는 중국업체에 담배 필터를 파는 중계무역상으로 위장했습니다.
인천·부산항에서 출항해 중국 다롄항에 도착한 뒤 현지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담배 필터를 북한 선박에 옮겨 북한 남포항이나 신의주로 보냈습니다.
남북교류 및 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북한과 직접 교역을 하거나 제3국을 단순히 경유해 북한으로 물품을 반입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시행된 우리 정부의 5·24 조치 발표 이후 7년째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는 모두 금지된 상태입니다.
이 조치에는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전면불허,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 포함됐습니다.
중부해경본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A씨 업체의 담배 필터를 사용해 말보루 등 가짜 외국 담배를 생산해 수출하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앞으로 인천본부세관 등 유관기관과 계속 협조해 유사 사건을 차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