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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여성장관 발표배경에 "위안부 재협상" 언급 50분 만에 삭제

입력 : 2017.06.13 16:24|수정 : 2017.06.13 16:24

"재협상 언급은 실수"…공식화 시 한일관계 파장 우려한 듯


청와대가 13일 정현백 여성부 장관 후보자를 공식 발표하면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거론했다가 50분 만에 해당 발언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 15분께 정 후보자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발탁 배경으로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 긴급한 현안도 차질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언론은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 방침 뉴스를 일제히 타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은 물론 정부가 재협상을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공식 발표 50여분 만인 오후 3시 5분께 해당 발언 부분을 뺀 채 다시 발표했다.

그는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여건 조성하고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을 강화하리라 기대한다"고 정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최종본이 청와대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협상이라는 말은 실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표문이 인사 부서에서 오는데 이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 내정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을 수 있지만, 재협상 기정사실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발표문을 긴급히 수정한 것은 외교부의 역할인 재협상 문제를 여성부 장관 발탁 배경과 연결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식화하는 데 따른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록 국내의 재협상 여론이 높고 문 대통령 역시 기존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이를 재협상이라는 외교적인 용어로 공식화할 경우 한일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가 담기지 않은 협의는 무효이며, 올바른 합의가 되도록 일본과의 재협상을 촉구하겠다"고 말하는 등 지속해서 재협상 입장을 언급해왔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에는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고, 이달 12일 아베 총리 특사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한국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양국이 그 문제에 매달려 다른 문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길로 나아가선 안 된다. 역사 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지혜를 모아 해결하고 다른 문제는 그것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 합의 도출이 어려운 위안부 합의 문제가 한일관계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한 것이다.

상대가 있는 외교 무대에서 이미 국가 간 합의한 사안인데, 명분만을 가지고 출구 전략 없이 섣불리 재협상을 공식화해 우리 외교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힐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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