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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취임식 준비는 단 10시간 만에 완성"…준비 뒷얘기

입력 : 2017.06.12 09:19|수정 : 2017.06.12 09:19


"전무후무한 일이죠. 과거에는 인수위 결정대로 취임식을 준비하면 됐지만, 이번에는 누구 하나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이 없어 스트레스가 말도 못할 정도로 많았어요. 그래도 고생한 직원들 덕분에 잡음 없이 치렀지요." 큰 행사일수록 뒷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애초 계획했던 대로 행사 일정이 풀려나가지 않거나 뜻하지 않은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행사를 준비한 입장에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때론 책임을 지는 화살을 맞기도 한다.

정부 공식 행사라면 평가의 '눈높이'도 올라간다.

준비하는 입장에선 보는 눈이 많기에 치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무게감이 큰 '대통령 취임식'이라면 의전 문제에 더해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역대 대통령 취임식 준비는 당선 확정부터 임기 시작일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보장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취임식의 방향과 형식을 제시하면 행정자치부는 대통령 내정자의 철학을 반영해 의전에 맞게 준비하면 됐다.

탄핵에 따른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결정과 함께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다.

그만큼 취임식 준비로 허용된 시간도 대폭 줄어들었다.

5월 9일 자정을 전후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 확정 뉴스가 쏟아져 나왔으니 이튿날인 10일 정오에 있을 취임식까지는 반나절도 채 남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린 문 대통령 취임식 준비는 행자부 의정관(실)의 몫이었다.

역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취임식 준비를 책임졌던 만큼 의전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곳이다.

행자부가 당시 문 대통령 캠프 쪽과 접촉해 취임식장 등을 확정한 건 10일 오전 2시께였다.

5월 초 '황금연휴'를 반납한 채 10여 일 근무를 이어온 의정관실 직원들은 취임식장이 로텐더홀로 정해졌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준비에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러 개 준비한 시나리오 중에 로텐더홀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취임식 준비를 총괄한 최승현(55) 행자부 의정관은 12일 "확실하다는 당선보도가 나왔을 때야 캠프 쪽과 접촉했고, 행사 장소가 정해졌다"면서 "새벽 2시께부터 취임식 준비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밤새 로텐더홀에서 치러질 취임식 의전을 꼼꼼히 살핀 후 오전 5시부터는 취임식에 초청할 내·외빈에게 참석 요청 전화를 부리나케 돌렸다.

로텐더홀에 준비된 좌석 수가 300개였으니 의전실 직원들이 족히 수백 통의 전화를 돌린 셈이다.

최 의정관은 "시간이 워낙 이르다 보니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참석자 본인에게는 전화하지 못하고 각 비서관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선거기간에 특정 캠프와 접촉해 취임식 문제를 협의할 수도 있었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각 당의 선거캠프를 일제히 만나는 자리도 마련해보려 했으나 '국민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일부 캠프에서 불참 의사를 밝혀 무산되기도 했다.

취임식 준비로 한시가 급한 마음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선거캠프를 찾아가 볼까도 했지만, 신중을 기하자는 생각에 당선 확정보도가 나온 뒤에야 여의도로 향했다고 한다.

긴박했던 상황 속에 그나마 행사를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건 소탈한 취임식이 되도록 해 달라는 당선자 측 주문 덕분이었다.

이런 뜻에 따라 헌법상 규정된 취임선서는 하되 부대 행사 격인 의장대 행진과 예포, 여러 축하 공연 등은 빠진 형태로 취임식이 준비됐다.

최 의정관은 밤을 새우며 준비한 취임식에서 사회를 맡았다.

규정상 행자부 의정관이 대통령 취임식 사회를 맡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취임식 평가를 묻자 "원래 행사라는 게 '잡음'이 없으면 잘 된 것으로 본다. 주변에서 '잡음이 없었다'고 하더라"며 "대통령 취임식 사회를 본 건 의정관으로서 영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취임식과 준비과정은 역대 대통령 때처럼 '백서'에 고스란히 담겨 발간된다.

이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준비과정에서 소중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지난달 치러진 취임식이 '취임선서식' 형태로 열렸기 때문에 차후 다른 형태의 취임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아직은 어떤 구체적인 준비나 협의는 없다고 한다.

최 의정관은 "(부대 행사를 곁들인) 공식 취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아직 (청와대로부터) 별다른 지시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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