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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지적' 않는 美 행정부, 태국 군부정권과 '해빙' 무드

입력 : 2017.06.07 10:53|수정 : 2017.06.07 10:53

쿠데타 집권 쁘라윳 총리, 트럼프 대통령 초대로 내달 방미
美 태평양육군사령관, 이례적 태국 방문…군사협력 복원 조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외교관계에서 자유와 인권을 강요하지 않기로 하면서, 군부 통치하의 태국과 미국 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군부 정권의 최고지도자인 쁘라윳 찬-오차 총리가 다음 달 말 미국을 공식 방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태국 정부 부대변인인 위라촌 수꼰다파티팍 소장은 "쁘라윳 총리의 방미 일정이 잠정적으로 내달 말로 잡혔다"며 "이에 따라 상무부와 외무부를 포함한 관련 부처에 방미를 위한 준비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쁘라윳 총리의 이번 방미는 지난달 '전화 외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태국 총리가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초대를 받은 것은 지난 2006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처음이다.

또 미국은 최근 이례적으로 로버트 브라운 태평양육군사령관을 태국에 파견하는 등 그동안 군부 통치하의 태국과 군사협력도 복원할 조짐을 보인다.

지난 5일 태국을 방문한 브라운 사령관은 찰럼차이 시티삿 태국 육군참모총장 등을 만나 양국 군대 간 훈련과 인적교류 강화에 합의했다고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이는 태국 군부 정권을 냉대했던 버락 오마바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현 군부가 잉락 친나왓 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하자 태국에 대한 원조와 군사협력 중단을 선언한 채 민정 복원과 인권 개선을 압박해왔다.

글린 데이비스 주태국 미국 대사가 태국 정부와 인권 문제로 종종 갈등을 겪은 것은 이런 양국관계를 대변하는 에피소드다.

데이비스 대사는 지난 2015년 취임 직후 외신기자클럽에서 태국의 강력한 왕실모독 행위 처벌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가 태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또 그는 지난해 5월에는 태국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인권 문제에 관한 돌발 발언을 했고, 쁘라윳 총리는 "태국이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은 태국과의 연례 군사훈련인 '코브라 골드' 참가 인원과 규모 등을 지속해서 줄여왔다.

미국과의 군사협력과 무기거래가 막힌 태국 군부정권은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중국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중국산 잠수함과 장갑차 등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쁘라윳 태국 총리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인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해온 동남아 지도자들과 잇따라 전화 접촉해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이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이어 트럼프의 행정부의 외교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자유와 인권 등 이른바 '미국적 가치'를 외교 정책과 분리하고, 이를 외교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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