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한 종계 농장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I 의심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종식되는가 싶던 AI 사태가 두 달 만에 재확산 기로에 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늘(6일) 현재까지 AI 양성 판정을 받은 농장은 '발원지'로 추정되는 군산 농장 1곳을 비롯해 제주 6곳, 경기 파주 1곳, 경남 양산 1곳, 부산 기장군 1곳, 전북 익산 1곳 등 11곳입니다.
이 중 최초 의심 신고 지역인 제주 농장 2곳은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진됐습니다.
간이키트 검사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온 울산 1곳까지 포함하면 발생지는 7개 시·군, 12개 농장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다만 간이키트 검사 결과는 100% 정확하지 않아 공식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어제까지 AI 확진 여부에 상관없이 역학관계가 확인돼 살처분 조치된 가금류는 21개 농장에서 모두 3만 1,532마립니다.
농식품부는 군산에 있는 종계농장에서 중간유통상과 재래시장 등을 통해 유통한 오골계 3,600마리가 이번 AI를 퍼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통 경로가 확인된 지역은 제주, 경남 양산·진주, 경기 파주, 부산 기장, 충남 서천, 전북 군산·전주, 울산 등 7개 시·도, 9개 시·군입니다.
다행히 이 가운데 오골계를 사들인 진주, 서천, 군산, 전주 지역에 있는 농장은 AI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습니다.
부산 기장군에서 오골계가 재판매된 경주 역시 AI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3,600마리 중 160마리는 유통 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다른 지역으로도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군산 종계 농장이 주로 중간유통상 역할을 하는 농장들과 거래를 했고, 이들 농장주는 여러 지역을 다니거나 재래시장을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AI 오골계'가 직접 유통되지 않았더라도 제3의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갔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날 당국이 추가 발생 농장으로 발표한 익산의 경우 시내에서 토종닭 21마리를 키우는 곳으로, 지난달 20일께부터 이달 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익산 시내에 있는 한 재래시장에서 토종닭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달 2일 구매한 토종닭 일부가 폐사해 추가로 닭을 구매했으나, 그제 또 다시 폐사하자 어제 오후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문제가 된 군산 종계농장에서 유통한 오골계를 구매한 적이 없는데도 AI에 감염된 겁니다.
농식품부는 역학 조사를 통해 신고 농가가 사들인 토종닭을 재래시장에 유통한 익산의 중간유통상이 군산 종계 농장과 자주 거래를 해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중간유통상을 통해 토종닭이 '교차 오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간유통상이 주로 닭을 공급하는 익산 시내 재래시장 3곳 등 거래처에 대한 AI 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만약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식으로 교차 오염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AI가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퍼진 이번 AI가 밀집 사육단지나 대규모 양계장 등으로 유입될 경우 재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입니다.
아울러 이번에 농가들이 거의 전부 폐사 등 이상징후를 발견하고도 당국에 바로 신고하지 않거나 일부는 은폐한 정황도 확인됨에 따라 신속한 AI 신고가 방역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0시부터 AI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으로 격상한 정부는 내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전국 모든 가금농가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일시이동 중지 명령을 발동할 방침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오골계의 유통경로는 대부분 파악해 조치를 했으므로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까지가 최대 고비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지역이나 전문 사육시설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AI는 초기에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닭이 폐사하는 등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전문가 진단을 위해 당국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부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AI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지자체 상황점검회의를 연달아 개최해 발생 현황과 방역 상황을 점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