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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로 영어 욕설, 모욕죄 아냐"…헌재 판단 이유는

입력 : 2017.06.06 09:14|수정 : 2017.06.06 11:04


말다툼 중 영어 욕설인 'fucking crazy'를 혼잣말로 한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일단 인정된다는 법적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6일 모욕죄로 기소돼 기소유예 결정을 받은 이모씨가 이를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처분 취소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헌재는 "'fucking'은 'crazy'를 강조하는 수식어로 '대단히', '지독히', '매우'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crazy'는 '미친', '정상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열광하는'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어처구니가 없다' 정도의 의미인 이 같은 표현에 개인을 모욕할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아파트 화단에 물을 주는 일로 말다툼을 한 동네 주민에게 'You are fucking crazy'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가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말합니다.

이 결정에 대해 피해자나 고소인은 상급 검찰청에 항고·재항고하거나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는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피의자는 자신의 유죄를 사실상 인정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습니다.

이에 헌재는 1990년부터 우회적 방법인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이 위헌이라고 판단해 취소 결정을 내리면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하게 됩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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