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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50억대 땅주인 전재산 빼앗고 감금, 폭행한 일당 검거

전형우 기자

입력 : 2017.06.04 10:05|수정 : 2017.06.04 10:05


강남에 50억원대 땅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신질환 탓에 컨테이너에서 빈궁하게 살던 60대 노인이 강도 일당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정신병원에 갇혔습니다.

강도 일당은 정보기관을 사칭하며 67살 A씨를 폭행해 부동산을 빼앗아 팔아치우고는 노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45살 정모 씨 등 주범 4명을 구속하고, 59살 박모 씨 등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씨는 젊은 시절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3년께 사업이 부도가 난 A씨는 마지막 남은 재산으로 서초구 양재동에 100평, 강동구 성내동에 70평짜리 땅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양재동 땅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운영하면서 20여 년을 살았습니다.

주변 주민과 상인들은 경찰 탐문조사에서 A씨에 대해 "빵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절약하면서도 마지막 재산인 토지에는 강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가족이 없었고 친척이나 이웃과도 교류가 없었지만, 주변 부동산 등을 통해 그를 둘러싼 소문이 퍼졌습니다.

양재동에 오래 거주해 A씨 이야기를 알고 있던 57살 박모 씨가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지인 정씨에게 이를 얘기하면서 범행을 함께 계획했습니다.

정씨와 박씨는 지인 61살 김모 씨에게 A씨와 결혼한 척 허위 혼인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김씨는 "범행을 도와주면 빌라를 한 채 사주겠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이들 3명은 정씨 회사 직원 임모 씨와 함께 2015년 1월 말 A씨의 컨테이너에 찾아가 "안기부에서 나왔다. 당신을 수사하고 있다"면서 전기충격기 등으로 폭행했습니다.

A씨가 정신질환 탓에 정보기관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해 둔 상태였습니다.

정씨 일당은 폭행과 협박으로 A씨가 자신들 말을 듣도록 만든 다음,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떼도록 지시하고 감시했습니다.

서류를 모두 받은 후에는 A씨를 충북 청주 등 지방 모텔 이곳저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7개월간 감금했고 두 부동산은 모두 팔아치웠습니다.

범행이 끝나자 이들은 A씨를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김씨가 A씨와 허위 혼인신고를 해서 법적 보호자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강제입원이 가능했습니다.

경찰은 50억대 자산을 갖고 있던 노인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개월 만에 이들 일당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이들은 범행으로 벌어들인 30억 원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남은 돈은 강원랜드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씨 보호의무자를 김씨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한 뒤 치료비와 생계비에 대해 법률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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