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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시민 영웅…4억대 사기 범행 가담하다 덜미

홍지영 기자

입력 : 2017.06.01 08:24|수정 : 2017.06.01 08:24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와 의인으로 추앙받던 사람이 사기꾼으로 전락했습니다.

1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라고 속이고 피해자에게 4억 2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최근 검거된 일당 4명 중에 한 때 '시민영웅' A(45) 씨가 끼어 있었습니다.

A 씨는 '상시 인출 가능권자' 행세를 하며 지난해 11월부터 거의 매일 같이 피해자를 만나 "돈을 불려주겠다"고 꼬드기며 등산, 여행, 식사, 술자리 등으로 피해자의 환심을 산 끝에 올해 1월 마침내 돈을 받아냈습니다.

A 씨는 피해자가 건넨 돈에서 1천만원을 배분받아 생활비로 쓰다가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4월 3일 붙잡혔습니다.

사건 피해자는 "A 씨 주변에 다른 피해자들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며 "수소문해보니 생활이 힘들어진 사람이 2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 당시 근처를 지나가다가 한 시민이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자 자신의 속옷을 벗어 상처 부위 근처를 지혈한 공로로 표창장을 받은 '모범 시민'이었습니다.

당시 한 원내정당 위원회 임원으로 활동하던 A 씨는, 범인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며 여의도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지만 달아나지 않고 침착하게 다친 이를 돌봤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았고, 이미 이런 사실을 알았던 피해자는 혹시나 조사 과정에서 A 씨에게 유리하게 참작될까 봐 굳이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전과가 있기는 하지만, 사기범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은 뜯어낸 4억2천만 원 중 3억 원을 돈을 불려준다는 또 다른 사기꾼에게 넘겼다가 날린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는 주범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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