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하나이다. 비를 내려 주십시요."
햇볕이 내리 쬐던 지난 25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성시 금광저수지 둑에 과일 등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으로 제단이 차려졌다.
주민과 지역 단체장 등 50여명이 모여 술을 올리고 제를 거행했다.
극심한 가뭄에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낸 것이다.
기우제의 초헌관(제향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제관)을 맡은 이병석 금광면장은 "너무 가뭄이 심해 간절한 마음에 관내 단체장 협의회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우제에는 금광면 14개 리의 이장이 모두 참여했다.
금광저수지는 유효저수량 1천200만t으로 도내에서 3번째로 큰 저수지이다.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현재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 면장은 "저수지 유역 모내기는 90%가량 마무리한 상태지만 물이 부족해 지금부터가 걱정이다. 저수지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 논은 모내기도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뭄이 계속되면 전국 곳곳에서 금광면 주민들과 같이 비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기우제가 열리고 있다.
이달 23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탑산골 무심천 발원지 표지석 앞에서 가덕면 내암리 주민과 인근 농민들이 제6회 무심천 발원제 및 기우제 지냈다.
내암리 이병남 이장은 "우리 마을도 가뭄이 심한 상황이다"라며 "발원제는 매년 10월에 했는데 올해는 봄 가뭄도 심하고 해서 제를 앞당겨 올렸다"고 말했다.
대전시 대덕구청도 지난 27일 대전 대덕구 계족산 봉황정에서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민의 평안과 함께 비를 기원하는 '무제'가 열렸다.
무제는 500년 이상 된 민속행사로, 초복이 다가오도록 비가 오지 않으면 주민들이 모여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에서 유래됐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는 저수지 등의 물을 이용해 어렵게 모내기를 하고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갈수록 저수지 저수율까지 떨어져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고추 등 밭작물의 경우 비가 내리지 않아 논보다 더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