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돼달라" CNN, 시리아 어린이 독가스참사 영상 공개

미국 CNN이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칸 주택가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 참사 현장을 포착한 영상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언론 매체가 시신이 노출되는 등의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원본 그대로 보도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CNN은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참상을 체감하고 해결을 촉구하자는 차원에서 이례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이 지역에서 사린가스 공격을 벌여 어린이를 포함 9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공습으로 마을에서 회색 기둥이 피어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약 7분 42초짜리 이 영상은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마을 곳곳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창백한 시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공격이 단행된 시각은 오전 7시쯤으로, 조금 전까지 학교나 일터에 나가려 준비를 하거나 아직 단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입니다.

구조대가 목숨을 구하려 옷을 벗기고 물을 뿌려, 이들은 속옷만 겨우 걸친 채 흥건히 젖은 흙바닥 위에 몸을 뉘인 모습이었습니다.

또, 입과 코에는 흰 거품이 한가득했습니다.

병원 이송을 위해 트럭에 실린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뱉으며 헐떡였습니다.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들이마시려는 과정에서 작은 배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길 반복한했습니다.

CNN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최후의 순간이 담겨있다"며 "몹시 소름 끼치는 영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꼭 봐야 하며, 증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영상 공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부는 "100% 조작된 것"이라며 화학무기 공격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20여 명이 한꺼번에 숨진 야세르 알 유세프 가족의 이야기도 소개했습니다.

그의 두 아들 12살 모하마드, 4살 아메르 두 아들은 집 밖에서 놀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창밖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간 아내 사나 하지 알리는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즉사했습니다.

아내보다 먼저 밖으로 뛰쳐나간 유세프는 아이들을 챙겨 차에 태우려 했지만, 사린가스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영상에 등장한 유세프의 사촌은 가족들이 묻힌 무덤 하나하나를 소개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시리아에는 이미 수천 명의 유세프와 사나가 있습니다.

무함메드와 아메르 같은 어린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갔고 그들의 부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NN은 "이번 화학가스 공격으로 숨진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닮았으며 특별할 게 없는 이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숨진 이들을 되살릴 수도 악몽을 끝낼 수도,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막을 수도 없지만 최소한 관심을 기울일 수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래 최소 630만 명이 집을 잃었으며 470만 명이 반군 포위 지역 등에 갇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피란민 또한 500만 명이 넘습니다.

(사진=CNN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