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마지막 흔적이라도 찾고 싶어"…유류품 기다리는 가족들

홍지영 기자

입력 : 2017.04.14 09:48|수정 : 2017.04.14 10:06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지난 13일 선체에 높은 압력의 물을 뿌려 씻어내는 과정에서 옷(후드집업)과 담요 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세월호에서 발견된 유류품은 총 107점.

일부 유가족은 고인의 소지품 대부분을 찾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들은 "혹시 내 아이, 어머니의 물건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선체 수색작업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이었던 희생자 이수연 양의 아버지는 딸이 들고갔던 캐리어(여행용 가방)를 기다립니다.

수연 양은 3년 전 캐리어와 천으로 된 크로스 가방을 가지고 여행길에 올랐지만 가족들에게 돌아온 것은 달랑 크로스 가방 하나.

그마저도 지퍼가 열려있어 안에 있던 물건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다행히 안쪽 작은 주머니에 신분증이 그대로 남아 있어 딸의 가방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수연이가 배가 가라앉는 급박한 상황에서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탈출하려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크로스 백만 챙겼다가, 배 안으로 들이닥친 거센 바닷물에 가방과 함께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14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며 한껏 부풀어 있던 딸에게 새 옷을 사준 뒤 짐가방을 같이 꾸린 기억이 생생하다"라며 "그때 같이 챙겼던 옷들을 마주한다면 딸아이와 함께했던 그 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2학년 4반 임경빈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기다립니다.

어머니는 "바닷속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에 기능이 망가졌겠지만, '혹시라도 당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나 사진이라도 볼 수 있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수습자 9인 중 한 명인 2학년 6반 박영인 군의 아버지도 아들의 휴대전화가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사고 이튿날 영인이의 학생증은 단짝(희생자)옷에서 발견됐고, 들고갔던 백팩은 추석 직후 바다 밖으로 나와, 가방 안에 있던 교복과 운동복은 깨끗이 세탁돼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인 군의 아버지는 "영인이가 휴대전화를 몸에 지니고 있었는지 당시 유류품으로 발견되지 않았다"라면서 "휴대전화를 찾으면 복원해서 영인이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원 없이 눈에 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수습자 2학년 1반 조은화 양의 어머니는 사고 직후 딸 아이의 명찰 하나만 돌려받았습니다.

은화와 친했던 친구(희생자) 교복에 명찰이 친구 명찰과 함께 꽂혀 있었습니다.

은화양의 어머니는 "은화가 들고 간 가방에 왠지 중간고사를 대비한다며 챙긴 교과서 여러 권이 들어있을 것 같다"라며 "딸이 만졌던 소지품 전부 배 안에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이 있는 제주도로 이사하던 중 사고를 당한 일반인 미수습자 이영숙씨의 아들은 "가전제품과 생필품 등 어머니의 살림살이 가운데 절반이 1톤 트럭에 실려져 있었다"라면서 "물건들은 못 찾아도 좋으니 어머니만은 제발 배 안에 남아 계셨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이번 주말 수색계획 초안을 내놓은 뒤 다음 주 초 선내 수색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