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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선거구 실종' 기간 벌어진 불법기부 처벌 불가"

임찬종 기자

입력 : 2017.04.13 10:43|수정 : 2017.04.13 10:51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석 달간 이어진 초유의 '선거구 실종' 기간 동안 표심을 노린 불법 기부가 벌어졌어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미시의원 강승수 씨의 상고심에서 강씨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강씨는 2016년 2월 자신이 지지하는 국회의원 출마 예정자 A씨를 위해 선거구민과 지인 약 60명에게 70만 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는 국회의원 출마 예정자가 당해 선거구 구민이나 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제115조에 따라 제3자도 출마 예정자를 위한 기부가 금지됩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당시 국회의 선거구 획정이 석 달간 미뤄지며 법에 적힌 '당해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강씨의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은 "종전까지 금지되던 기부행위가 일시적 선거구 공백 기간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한 것은 국회의 입법지연에 의한 것으로 어쩔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법에 쓰인 당해 선거구가 새로 획정될 선거구도 포함한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기부 당시 상대방이 어느 선거구 사람인지 불명확한데도 새 획정 선거구를 처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부당하고 위험하다"고 봤습니다.

2014년 10월 헌재는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큰 점을 문제 삼아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하고 기존 선거구를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정쟁을 거듭하며 해를 넘겨서까지 획정안을 도출하지 못했고, 결국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선거를 한달 여 앞둔 지난해 3월 3월까지 선거구도 없는 '깜깜이' 선거운동을 치러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강씨가 2016년 1월∼2월 자신의 시의원 선거구민 등 수십명에게 122만여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기부한 별도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해 원심의 벌금형을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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