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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뛰어든 하반신 마비 노인, 대학원생이 구조

입력 : 2017.04.12 16:10|수정 : 2017.04.12 16:10


▲ 전남대학교 연못 '용지'

하반신 마비로 오랜 기간 병원 치료를 받아오던 70대 노인이 대학 연못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20대 대학원생이 이를 발견해 구조했다.

전남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전공 최종진(29)씨는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께 광주 전남대 연못 '용지'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멀리 시선을 옮기던 찰라, 연못가에 놓인 휠체어에서 누군가 고꾸라져 연못으로 빠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최씨는 자리를 박차고 한달음에 달려가며 119에 전화부터 걸었다.

"사람이 연못에 빠졌어요!" 전화를 끊고 도달한 연못에는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연못의 깊이는 성인 무릎 높이 정도로 얕았지만, 노인은 일어나지 못하고 비스듬히 누워 얼굴만 겨우 내놓고 괴로워했다.

수영 강사 경력이 있는 최씨는 물에 빠진 노인을 구하려고 다가갔다.

그러자 이 노인은 "날 구하지 말라, 죽으려고 뛰어내린 거다"고 소리 질렀다.

최씨는 구조를 거부하는 노인을 겨우 물 밖으로 꺼내 앉혔지만 노인은 구조된 이후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힘들다…힘들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차가운 물 속에서 나온 노인은 체온이 낮아져 벌벌 떨며 119구급차에 실렸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노인은 북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A(74)씨로 밝혀졌다.

A씨는 20년 전 산업재해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왔고 오랜 기간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아내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휠체어에 올라타 혼자 인근 전남대까지 온 A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최씨는 노인의 사연을 뒤늦게 듣고 "안타까운 얘기에 마음이 무겁지만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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