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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유괴·살해 참극…불안 속 달라진 '등하굣길'

입력 : 2017.04.06 09:04|수정 : 2017.04.06 09:04

학부모들 '등하굣길 실종 예방 수칙' 공유·등하굣길 방범 순찰
전문가 "학교·가정 대신할 사회안전망 필요" 지적


"둘째 아이 학원 보내는 시간이 첫째 아이 하교 시간이랑 겹쳐서 직접 데리러 갈 수가 없네요. 불안해요"

지난달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10대 고교 자퇴생이 초등학교 2학년생을 유인해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 학생이 오전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등하굣길 안전을 우려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회원 수 15만 명에 달하는 인천의 한 맘 카페에는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이 발생한 당일 '신학기 등하굣길 실종 예방수칙'이 공지로 올라왔다.

예방수칙에는 '아이가 안전한 길로만 등하교하도록 이동 경로를 미리 정하라', '친구들과 반드시 함께 다니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절대 타인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할 것'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자녀 여럿을 두거나 맞벌이를 해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더욱 컸다.

한 카페 회원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15분 거리 학교에 다니는데 둘째 아이 학원 가는 시간과 겹쳐서 혼자 다닌다"며 "학교가 끝날 때쯤 꼭 전화를 걸어 아이 안부를 확인하는데도 걱정된다"고 고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조현병 환자가 별다른 범행 동기 없이 저지른 범죄라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학교 밖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에 대한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교와 가정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국가가 사회적 안전망으로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소정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학교와 가정 대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지역 사회공동체라든지 보호망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외국은 대학생 멘토 멘티 시스템이나 방과 후 활동을 활성화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학교와 집이 보호해줄 수 없는 사각지대를 메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여러 유관 기관이 공조해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믿을 수 있는 놀이 문화를 만들어 주고 학교에서 떠나 집으로 갈 때 보호해줄 수 있는 안전망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연수구는 구내 폐쇄회로(CC)TV 158대를 더 설치하고 범죄가 일어나면 자동으로 경찰에 알리는 지능형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할 방침이다.

학부모 자원봉사자 270여 명을 모집해 인근 지구대·파출소 직원과 함께 등하교 시간마다 학교 근처, 공원, 놀이터, 학원가를 순찰하는 방범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연수구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6일 "교내 폭력의 경우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제도적으로 많이 보완됐지만,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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