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EU와 영국 간 협상이 이르면 오는 6월초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협상 일정이 잡히기도 전에 협상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31일(현지시간) 브렉시트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선(先) 탈퇴 협상·후(後) EU-영국 간 새로운 관계 구축 협상'을 제시했다.
반면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9일 브렉시트 결정을 EU에 공식 통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면서 영국의 EU 탈퇴 협상과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한 협상을 동시에 시작할 것을 제안했고,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EU 회원국과의 안보협력도 브렉시트협상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협상 일정이 잡히기도 전에 양측은 협상의 우선순위와 범위를 놓고 샅바 싸움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2년 시한인 브렉시트협상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히며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몰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27개 회원국 정상에게도 전달했다.
투스크 의장은 회견에서 "모든 이슈에 대한 회담을 동시에 시작하자는 영국의 제안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국의 탈퇴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룬 후에야 우리는 미래 관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가을에는 적어도 그렇게 되기(미래관계 협상이 이뤄질 것)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EU 탈퇴 협상과 EU·영국 간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병행해서 실시하자는 영국의 제안을 일축한 것이지만 '상당한 진전'이라는 언급은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또 상대 진영에 사는 영국과 EU회원국 국민의 거주권, 영국내 EU 기업 보호에 대한 합의를 우선순위로 내세웠고,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국경문제에 대한 유연한 해결도 요구했다.
아울러 영국은 모든 법적 서약이나 예산 약속을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이혼합의금'에 대한 해결을 주장했다.
투스크 의장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관계와 관련, "경제를 넘어 안보협력을 포함한 강력한 유대관계는 우리의 공동 이익"이라면서 어렵고 복잡하며 때때로 대립적일 수 있는 협상이지만 EU는 협상에서 영국에 응징적인 접근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EU 지도자들이 영국이 브렉시트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안보협력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오해일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EU는 개별 회원국에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검토한 뒤 내달 27일 장관급 회담을 거쳐 내달 29일 정상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투스크 의장은 내달 EU 정상회의 이전에 메이 총리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