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외가인 충북 옥천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일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뒤 열흘 동안 육 여사 생가 입장객은 1천870명으로 지난해 3천148명에 비해 40.6% 줄었다.
이 집 방문객은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을 전후해 급감하기 시작, 올해 1∼2월에는 5천647명이 찾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천148명 보다 60% 이상 줄어든 인원이다.
이달 1∼9일 입장객도 1천432명으로 작년 2천864명의 절반에 머물렀다.
이 집 관리인은 "과거 주말에 10대 가까이 들어오던 관광버스가 올해 들어 1∼2대로 줄었다"며 "승용차를 이용한 방문객도 급감해 주차장이 텅텅 빈다"고 설명했다.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 여사 생가는 그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살던 곳이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99칸의 전통 한옥인데, 낡아 허물어지자 옥천군이 2011년 37억5천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집터 자체가 충북도 기념물(123호)로 지정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이 집 방문객은 38만1천200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이후에도 한해 20만명씩 찾으면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전직·현직 대통령의 처가와 외가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방문객 발길이 뚝 끊겼다.
육 여사 생가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인근에 있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사마소, 향교 등 주변 관광지에도 불똥이 튀었다.
옥천군 관계자는 "육 여사 생가를 찾았다가 주변 관광지까지 둘러보는 경우가 많은 데, 탄핵 이후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며 "자칫 이번 사태가 지역 관광산업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옥천군이 추진하던 육 여사 기념사업도 탄핵 직격탄을 맞았다.
군은 해마다 그녀의 생일(11월 29일)에 맞춰 열던 탄신제를 올해부터 열지 않기로 했고, 한때 생가 주변에 구상했던 기념관 건립도 백지화했다.
다만 내년까지 81억원을 들여 생가 인근 1만3천㎡에 짓기로한 전통문화체험관은 예정대로 건립한다.
군 관계자는 "서예, 차 예절(다도), 전통음식, 국악, 판소리 등을 가르치는 전통문화체험관은 육 여사 생가 인근에 들어서지만, 생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체험시설"이라며 "지난해 국비를 지원받아 설계까지 발주한 상태여서 이르면 다음 달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