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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바마가 도청' 주장에…美 민주 발끈 "물타기 대장"

이종훈 기자

입력 : 2017.03.05 12:49|수정 : 2017.03.05 12:4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상대로 도청 주장을 내놓자 미국 민주당 의원들과 오바마 행정부 시절 관계자들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물타기 대장(Deflector-in-Chief)'이 또다시 그렇게 하고 있다"며 "독립적인 위원회의 조사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가 최근 '러시아 내통 스캔들'로 곤경에 처하자 돌파구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진다는 비판으로 읽힙니다.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캘리포니아)도 "나쁘거나 역겨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일말의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가장 이상하고 파괴적인 주장을 펴겠다는 행정부 수장의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시프 의원은 "이 대통령이 헌법과 권력분립, 언론 자유, 자유세계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이해하고 존중하거나 혹은 가장 기초적인 진실이라도 증명하기를 우리가 아무리 바라고 기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그러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과격하게 비판했습니다.

액설로드는 "이건 정말 XX(nutts·성적 속어)같다"면서 "트럼프가 미친 듯이 먼지를 일으키는 방식은 의혹과 온전한 대중 심판의 필요성을 더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과 관련한 한가지 아이러니는 오바마 (전)대통령이 대선 기간 (트럼프에 대한) 조사 내용을 더 많이 폭로하지 않아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분노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도청됐다 하더라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정보기관이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존 페브로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전직 대통령의 공언이 합당한 이유를 가진 정보기관이 해외정보감시법(FISA)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도청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습니다.

액설로드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란하게 주장하듯 예외가 있었다면 법원이 이유가 있어서 오케이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트위터에 "어떤 대통령도 도청을 명령할 수 없다. 당신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도청을 명령할 수 없는) 그러한 제약이 가해졌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지시설을 일축했습니다.

반면 공화당의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을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에 비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습니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번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불법이며 워터게이트 이후 가장 큰 정치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공화당 밴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그(트럼프)가 매우 심각한 주장을 제기했다"면서 "만약 (도청) 승인이 없었다면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도청이었고 어떻게 도청 사실을 알게 됐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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