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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카고 교외도시 선거판서 "코리안 머니" 논란

입력 : 2017.03.04 12:58|수정 : 2017.03.04 12:58


한인 인구가 1%도 되지 않는 미국 시카고 교외도시 선거판에 뜬금없이 "코리안 머니"(Korean Money) 논란이 일었다.

시카고 북서교외도시 먼덜라인의 현직 시의원이 시장 선거에 나선 한국계 동료 의원의 선거자금을 "코리안 머니"로 일컬었다가 인종주의 비난에 직면한 것.

오는 4월4일 실시되는 일리노이 지방선거에 한인 2세 홀리 김(36·한국명 김여정)이 먼덜라인 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김 의원은 2013년 무소속으로 시의원에 당선됐으며, 이번 선거에서는 '먼덜라인 단합당'(A Mundelein United)을 창당해 스티브 렌츠(50·공화) 현 시장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던 애버내시(51·여·공화) 먼덜라인 시의원은 지난달 22일 주민 페이스북 그룹 방에서 소속 정당 동료들에게 "1만4천 달러에 달하는 '코리안 머니'에 맞서기 위해 뭉쳐야 한다. 서로 재정적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인 모금운동을 함께 벌여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재선에 나선 애버내시 의원은 렌츠 시장과 공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김 의원이 시카고 지역 한인 신문에 선거광고를 게재, 먼덜라인 외부에서 많은 후원을 받았다"며 "이 '코리안 머니' 덕분에 선거자금이 두둑해졌다"고 주장했다.

코리안 머니라는 표현은 후폭풍을 불렀고 애버내시의 '저의'를 묻는 댓글이 쇄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권리옹호단체 AAAJ 시카고 지부는 한국계 정치인의 선거자금을 굳이 코리안 머니로 구별한 것은 인종주의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AAAJ 브랜든 리 대변인은 "김 의원의 모금 원천을 '코리안'으로 단정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백인 후보가 한인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았다고 해서 같은 주장을 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일자 애버내시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김 의원의 모금 방식을 문제 삼거나 한국계를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트리뷴은 일리노이 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인용 "작년 12월31일 기준 김 의원의 선거자금 잔고는 1만2천590달러로, 일리노이 북부지역의 다양한 개인과 비즈니스업체가 200~2천 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 애버내시 의원의 선거자금 잔고는 5천597달러, 렌츠 시장은 14달러였다.

먼덜라인은 2013년 기준 인구 3만1천여 명으로 히스패닉계가 절반을 차지한다.

한인 약 300명을 포함한 아시아계는 2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김 의원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미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에 살았고 가족 모두가 시카고 지역사회에 적극 기여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계속 이질적 존재로 볼 것이란 사실이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공직자들이 이런 분열적인 발언을 하고 출신 민족으로 개인을 판단한다면 젊은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3세 때 시카고로 이주한 김 의원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했고 슬하에 삼남매를 두었다.

일리노이 주 첫 한인 시장을 꿈꾸는 그는 3일 당선 자신감을 묻는 연합뉴스 질문에 "지금은 앞만 보고 뛸 뿐이다. 결과는 선거가 끝난 후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아버지 연배의 한인 한 분이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불가능했다'며 나를 후원해 꿈을 대신 이루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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