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살해되기 직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북한 외교관들이 김정남을 잇달아 접촉해 자진 귀국을 설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한 간부는 "김정은이 해외에 머무는 김정남을 국내로 불러오라고 국가보위성에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란을 피우지 말고 본인 스스로 귀국하도록 설득하라는 것이 김정은의 지시내용이었다"고 말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보도했습니다.
이 간부는 "보위성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 1월 20일 마카오에서 김정남과 만났다"면서 "김정남은 북한으로 귀국하라는 김정은의 권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달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송환지시를 받은 김정남이 신변에 위험을 느껴 미국이나 한국으로 망명할 수 있음을 우려했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김정남이 해외에서 망명할 경우를 염려해 사전에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지난 연말과 올해 초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에게 두 차례나 김정남을 만나도록 했다"며 "라오스에 있는 외교관이 직접 김정남을 만나 김정은의 서신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RFA에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김정남에게 북한으로 귀국을 회유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김정남이 확답을 주지 않은 것이 김정은에게 살해를 지시하도록 만든 동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최고 권력을 승계한 직후인 2011년 김정남의 주변 인물로 분류된 베이징 주재 북한 관리들이 처형·숙청됐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 고위관리 출신 탈북자를 인용해 "2003년부터 2010년 초까지 베이징에 주재하던 곽정철 전 북한대사관 당비서가 김정남과 접촉한 혐의로 다음 해 처형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무역성(대외경제성) 당비서를 역임한 뒤 노동당 부부장급으로 중국에 주재하던 곽 전 비서는 당시 김정남을 세 차례 만났다는 이유로 처형됐으며 그의 가족들은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베이징에서 김정남을 보좌하던 노동당 대외연락부(225국) 소속 요원들과 고려항공 베이징지사 대표·부대표·실무자들까지 숙청됐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