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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져도 흐르지 않는다'…금속 수준 정렬도 갖는 액정 개발

입력 : 2017.02.14 09:45|수정 : 2017.02.14 09:45


국내 연구진이 고체와 액체 중간 성질을 띠는 액정 재료를 금속의 단단한 결정처럼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3차원 나노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깨져도 흐르지 않는 디스플레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팀은 14일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제한된 공간에서 액정 분자들의 자기조립(self-assembly) 현상을 유도, 금속 결정상에 버금가는 배열로 3차원 공간에서 균일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액정은 고체의 결정성과 액체의 유동성을 동시에 갖는 물질로, 손쉬운 배향 제어, 빠른 반응 속도, 이방(異方)적인 광학 특성 등의 장점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광학센서 등에 널리 이용되는 유기소재다.

하지만 액정 재료는 물풀처럼 유동적으로 흘러 구조 제어가 어렵고 안정적이지 않아 활용 범위가 제한된다.

휴대전화가 충격으로 파손될 때 액정물질이 흘러 못쓰게 되는 게 바로 액정의 액체 성질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액정 재료가 들어 있는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2차원의 한정된 공간을 위아래 옆 등 사방에서 눌러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액정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물질로 3차원적 나선형의 나노구조체를 제작한 뒤 그 내부에서 액정물질이 자가조립 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액정물질을 3차원 공간에서 균일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윤 교수는 "이렇게 내부 공간 자체를 줄이게 되면 유동적으로 흐르는 액정물질조차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는 승강기 안에 적은 수의 사람이 있다가 많은 사람이 탑승하면서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냉각, 건조 등 추가 공정 없이도 유기액정재료를 금속 결정상에 버금가는 배열로 3차원 공간에 균일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액정 기반 3차원 나노패터닝 기법을 개발할 수 있고 전기·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액정 소재의 고유 성질과 융합하면 고효율 광전자 소자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에 사용되는 단순한 선과 면 형태의 2차원 패터닝을 탈피해 고차원 구조 중 가장 구현이 어렵다는 나선 형태도 쉽게 제조할 수 있어 앞으로 키랄(chiral) 센서, 차광소재, 분리막 등 광범위한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유동적인 액정 소재의 배향, 배열 정보를 3차원 공간에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원천기술을 이용하면 현재 사용되는 2차원적 광식각 공정(Photolithography)에 비해 제작과정을 10배 이상 간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김한임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2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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