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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해부용 시신 앞에서 '찰칵'…과태료 50만 원이 전부?

김도균 기자

입력 : 2017.02.10 15:27|수정 : 2017.02.12 16:10


관련 사진모든 의료인들이 의사로서 첫걸음을 뗄 때 외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중 일부입니다.

경건한 선서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서가 무색하게도, 최근 일부 의사들이 의사 윤리에 어긋난 처신으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일부 의사들이 해부용 시신(카데바 · cadaver)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린 겁니다.

■ 시신 앞 '인증샷'

문제가 된 사진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건 지난 7일이었습니다.관련 사진사진 속 다섯 명은 서울의 한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을 대여해 열린 카데바(cadaver · 해부용 시신) 워크숍에 참여한 의사들입니다.

각각 모 대학 교수와 레지던트, 개원의들인 이들은 시신의 발을 앞에 두고 미소를 머금은 채 당당한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의 배경이 된 병원 측은 "지난 4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개원의들을 상대로 연수 강좌를 진행했고, 우리는 해부실습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기증받은 시신을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해부학 실습실에서는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실습이 끝날 무렵 혼란한 틈을 타 찍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물의를 빚은 의사는 SNS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의사들의 개념 없는 행동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 무더기 징계 내리기로

해부용 시신은 의학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기증한 결과입니다. 의사들이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대해 예우를 갖춰야 하는 이유죠.

따라서 카데바 실습은 시신 기증자에 대한 존중과 감사가 바탕인 만큼, 사진을 찍더라도 연구목적이 아닌 이상 공유하거나 게재하지 않는 것을 모든 의과대학에서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련법인 시체 해부·보존법에서도 시체를 취급할 때 정중하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관련 사진시신에 대한 예우를 지키지 않은 이들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계속되면서, 보건복지부는 8일 이들의 행위가 의료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며,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단해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의수/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 이번 사건에서 사진을 찍은 분들은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예정입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들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습니다.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최대 회원 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그간 외부 의사나 단체에게 해부실을 개방해온 의과대학들은 재발 방지대책을 고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인범/대한해부학회 이사 : 의사 개개인이 윤리적인 면에서 좀 더 성숙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되고, 윤리서약서 같은 걸 받고 도움을 드리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고요.]

■ 과태료는 고작 50만 원?

하지만 이들의 행위가 위법으로 판단되더라도, 그 처벌이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 부과로 그쳐 '솜방망이 처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상으로 벌금 50만 원 외에 다른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의료법상 비윤리적인 진료 행위에 대해서는 면허정지 같은 처벌 조항이 있지만, 시신 해부는 진료 행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의사들 스스로 비도덕적 행위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서 시범적으로 '전문가 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있을 경우 의사협회는 진상조사를 한 뒤에 면허 정지를 12개월까지 시킬 수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안건이 올라오면 심의를 거쳐 최종 징계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징계를 받게 된다면 '전문가 평가제도'를 통한 첫 징계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처벌에 앞서, 무엇보다도 의사들이 스스로 의료윤리를 철저히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관련 사진(취재 : 조동찬 /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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