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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어" 절도범에 건넨 3만 원 온정…땀 흘려 번 돈 되갚아

입력 : 2017.02.07 16:18|수정 : 2017.02.07 16:18


"이걸로 밥 챙겨 먹어…"

A(36)씨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부산 사하경찰서 박영도 경위가 손에 쥐여준 3만원의 온기에 마음 한쪽에 응어리져 있던 무언가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A씨는 지난해 12월 유난히 춥던 밤 사하구의 한 경로당에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가 밥과 김치를 훔쳐 먹었다.

돈이 떨어지고 지낼 곳이 없어 떠돌다가 너무 배가 고팠다.

A씨는 전기장판을 켜 눈을 잠시 붙인 뒤 새벽녘 사용한 그릇은 설거지하고 경로당을 빠져나갔다.

그 후로 A씨는 추운 밤이면 경로당을 찾았다.

하지만 13번째 침입한 날 주민들에게 발각되며 경찰에 붙잡혔다.

박 경위에게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모가 사망하고 친형과 둘이서 살던 유년시절부터, 3년 전 친형이 죽고 세상에 혼자 남겨지기까지 살아온 인생을 털어놨다.

초등학교는 겨우 졸업했지만 한글을 정확히 읽고 쓰지 못해 취업을 못 했고, 배고픔에 절도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어깨를 다쳐 막노동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A씨를 본 박 경위는 A씨를 데리고 부산법무보호복지공단을 찾아가 숙식과 일자리를 구해달라며 부탁했다.

더는 죄짓지 말고, 밥도 굶지 말라며 가지고 있던 3만 원도 건넸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박 경위에게 A씨가 다시 찾아왔다.

깔끔한 차림으로 청과물시장 직원이 됐다며 자랑한 A씨는 땀 흘려 번 일당을 보여주며 그중 3만원을 박 경위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박 경위가 베풀어준 온정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다.

훈훈한 소식이 알려지자 경로당에서도 도움을 주고 나섰다.

경로당 주민들은 A씨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고 A씨가 벌금을 내는데 보태쓰라며 십시일반 돈을 모금해 건네기도 했다.

박 경위는 7일 "정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자립과 갱생을 결심하는 것은 아닌데, 죄짓지 않고 살겠다고 마음먹어 너무 고맙다"면서 쏟아지는 칭찬에 "담당 형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며 손사래 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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