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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겨우 살아난 수출…보호무역 악재 버텨낼까

하대석 기자

입력 : 2017.02.05 10:58|수정 : 2017.02.05 10:58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84.8%에 달해 이웃인 중국(41.2%), 일본(36.8%)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 우리 수출은 기록적인 저유가 기조와 세계 교역량 위축 등으로 최근 2년여 간 계속 뒷걸음질쳤습니다.

다행히 유가 반등과 맞물려 최근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만났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11.2% 늘어난 403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우리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13년 1월 이후 무려 4년 만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2015∼2016년 2년 연속 하락했던 수출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방침은 다소나마 숨통이 트인 우리 수출에는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우선 중국·멕시코·일본·독일 등의 국가를 겨냥한 보호무역정책을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공약처럼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인상하는 등 중국과 일전을 벌이게 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도 덩달아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출액이 18억7천만달러 줄어드는 셈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은 재협상하고,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행보가 전 세계적인 교역 위축으로 이어지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분명한 악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 1차대전 이후나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가 대세였던 시절에는 모두 교역량이 줄었던 기록이 있다"며 "결국 수출이 감소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우선순위를 해결한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7일 한국에서 수입된 가소제(DOTP·플라스틱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반덤핑 조사 결과 3.96∼5.75%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관련 수출물량이 미미해 해당 업체들의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번 조치를 한국에 대한 무역구제조치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한국기업에 미국 내 직접투자를 사실상 강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고 썼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의 기사를 보고 쓴 내용입니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관세 보복 우려와 현지 임금 등 고비용 사이에서 쉽게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미 진출 기업에 투자나 고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상품수지 흑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분야는 한미 FTA 재협상 0순위가 될 수 있는 만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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