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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 진정제?

하대석 기자

입력 : 2017.02.05 10:56|수정 : 2017.02.05 10:56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선 공급측 요인 중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비춰볼 때 최근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당시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 및 생산 확대 등을 통해 국제 석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미국 적대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미국이 셰일가스 등 원유 생산을 확대하면 OPEC의 감산 합의 이후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1월 평균 배럴당 26.9달러까지 내려가며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 1월에는 53.71달러로 2배가량으로 올랐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탓에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로 2012년 10월(2.1%)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국제유가 반등 여파로 그간 물가 안정세에 기여했던 석유류가 1년 전보다 8.4% 뛰어 전체 물가를 오히려 0.36%포인트 견인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에 0.1%포인트(p)의 변동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자원산업을 강화해 국제 원유 공급량이 늘어나면 국제유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국제유가인 만큼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 수입물가가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세 역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예견되는 점은 국내 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달러 강세, 즉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중간재 등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쳐 최종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게 ?릿求?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와 규제완화 등으로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면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경기확장 국면이 현재 92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대공황 이후 네 번째로 긴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더해지면 경기를 부양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역설적으로 달러 강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소비가 좋고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로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면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강해지면 미국 달러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 외환위기 등에 비춰볼 때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돼 달러 강세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달러 강세는 국제유가 하락요인인 만큼 국내 물가 상승요인(달러 강세)과 하락요인(유가 하락)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통상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달러 이외의 통화를 가진 투자자의 원유 구매력을 떨어뜨려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에서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따른 유가 움직임이,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환율 변동과 이로 인한 중간재 물가 상승 등도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다만 아직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어서 당장은 물가 상승 또는 하락 어느 쪽에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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