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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설 직후 남자들 카드 값 '펑펑'…의외의 이유

김범주 기자

입력 : 2017.02.02 10:48|수정 : 2017.0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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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입니다. 설 연휴 끝나고 사흘 지났습니다. 언제 설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시간 진짜 빨리 가죠.

그런데 이때와 관련된 재밌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 카드회사가 설 이후에 어떤 사람들이 돈을 쓰나 분석을 해봤더니, 딱 이때 남자들이 돈을 펑펑 쓰는 거로 분석이 됐습니다.

작년에 설 전에 4주간 평균 카드 쓴 것과 설 직후랑 비교를 해봤더니, 지금 보시는 것처럼 백화점이 눈에 확 띄죠.

남자들이 설 전보다 카드를 140%, 그러니까 한 배 반까지 돈을 더 썼고, 여자들은 60%니까, 차이가 좀 큽니다. 아웃렛 같은 할인점에서 쓴 돈도 남자가 훨씬 많이 늘었고, 홈쇼핑도 마찬가지죠.

이유가 뭘까요. 눈치 빠른 분들은 아셨을 것 같은데, 설 연휴에 부인들이 고생한 걸 선물로 보상하느라고 돈을 쓴 거로 분석이 됩니다.

그런 선물이라면 싼 거로는 안 되겠죠. 그래서 분석을 해보니까 홈쇼핑을 보면, 주로 30대, 40대 남자들이 평소엔 한 번에 한 12만 원, 13만 원 정도를 결제했었는데, 설 직후에는 한 번에 20만 원까지 팍팍 쓴 거로 집계가 됐습니다.

물건 파는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설 직후에는 남자를 노려야 되겠죠. "이거 사가면 남편분들 사랑받습니다." 이렇게 광고를 하면 물건을 더 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명절이 또 이렇게 애교 섞인 뇌물이 집안에서 오가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인 사람이 많다는 걸 또 보여주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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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도 좀 씁쓸한, 그리고 생각해볼 점이 많은 소식입니다. 최순실 사건 때문에 좀 가려졌는데, 얼마 전에 보건복지부에서 35살 여성 사무관이 육아휴직을 하고 복귀한 지 일주일 만에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새벽 5시에 출근해서 밤 9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고, 주말에도 오후엔 아이들하고 시간을 보내려고 새벽에 나왔다가 결국, 일주일 만에 심장마비가 와서,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후속대책을 내놨는데, 이게 또 좀 아리송합니다. 뭐냐하면, 직원들 건강과 가정을 위해서 토요일엔 전 직원이 출근하지 말라고 한 겁니다.

그러면 바로 드는 생각이 일요일엔 나오라는 것이냐, 대답은 꼭 필요할 때만 나오라고 했는데, 문제는 월요일 높은 분들 회의도 있고 하니까, 그거 준비한다고 일요일은 또 바쁘거든요. 그러니까 나오라는 이야기죠.

또 주 중에 야근에 조근에 열 몇 시간 씩 근무하는 건 또 어떡하냐, 이건 또 별말이 없습니다. 여기가 복지부잖아요. 저출산과 복지를 책임지는 부서인데, 대책이 별로 엄마 친화적이거나 복지적이지를 않습니다.

주중, 주말 야근에 특근을 계속 해야 하는 건 두 가지 중의 하나죠. 일이 너무 많거나, 아니면 쓸데없는 일이 많거나, 그런데 앞에 것이면 사람 더 뽑아야 되는 거고요. 뒤에 것이면 업무 하는 것 자체를 뜯어고쳐야 될 겁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꼭 복지부만 이런가요. 한 광고회사가 부모들이 인터넷에 육아와 관련해서 올린 글 30만 건을 쭉 뽑아서 분석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빠들은 "미안하다. 부족하다. 지친다."가 1, 2, 3위였고요. 엄마들은 "힘들다. 워킹맘. 스트레스." 이런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즐겁다." 이런 말이 순위에 없습니다.

육아가 행복하지 않은 나라, 아이들 키우는 게 힘들고 미안하고 지치는 나라, 복지부 공무원의 죽음을 계기로 토요일 출근 금지 수준이 아니라, 더 큰 논의가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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