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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영국 육상스타 모 패러 '집에 못 갈 뻔'

한세현 기자

입력 : 2017.01.30 10:09|수정 : 2017.01.30 10: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반이민 행정명령이 지구촌을 뒤흔든 상황에서 영국이 자국민 권익보호에 나섰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현지시간으로 어제, 자국 출신 육상 스타 모 패러가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미국과 협의해 영국 국적을 소지한 이중국적자의 미국 입국 승인 방침을 얻어냈다고 밝혔습니다.

패러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연어 남자 5,000m와 1 0,000m를 석권해 '더블 더블'을 이룬 역대 최고의 영국 육상 스타입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올해 1월 1일 자국 스포츠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해 패러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습니다.

영국민은 물론 전 세계 육상팬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스타지만, 패러는 졸지에 미국에 갈 수 없는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행정명령에서 이라크와 이란, 리비아,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수단 등 테러 위협을 이유로 이슬람 7개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국가 여권을 소지한 이중국적자도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패러는 8세 때 소말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해 영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소말리아 국적도 소지한 이중국적자입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에티오피아에서 훈련 중인 패러는 페이스북에 걱정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영국 여왕이 내게 기사 작위를 하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날 이방인으로 만들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패러는 "영국 국민으로서 지난 6년간 미국에서 거주해왔다"면서,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봉사하며 세금도 내고 미국을 고향이라고 부르는 아이 4명을 길렀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럼 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난 미국에서 더는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이들에게 집에 갈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게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적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무지와 편견에 기반을 둔 정책을 왜 도입했는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도 난감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소말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을 때 받은 환대 덕분에 성공의 기회를 얻어 꿈을 이룬 사연을 언급하면서, "내 성공 스토리는 증오와 고립이 아닌 연민과 이해의 정책을 따랐을 때 이룰 수 있는 본보기"라며 미국 정부의 정책을 우회로 비판했습니다.

패러 사연이 반향을 일으키자 영국 외무부가 직접 나섰습니다.

AFP 통신은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미국 국무부와 상의해 영국 국적을 소지한 이중국적자의 미국 입국 면제 조처를 받아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행정명령에서 거론된 이슬람 7개 국가에서 곧장 미국으로 출발한 승객만 입국이 보류된다면서 이들 7개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도 영국 국민이라면 행정명령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영국-리비아 이중국적자로 리비아에서 곧장 미국으로 가는 사람은 추가로 신원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외무부는 덧붙였습니다.

패러는 대변인을 통해 "영국 정부의 설명을 듣고 안도했지만, 근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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