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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에 375명 입국·탑승거부…공항엔 시위대 '혼란'

김영아 기자

입력 : 2017.01.29 18:53|수정 : 2017.01.29 18: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시행되면서 미국 입출국 문제를 놓고 미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7개 무슬림 국가 출신 1억3천400만명이 이번 행정명령의 대상이 됐고 특히 미국행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이미 높은 행정절차의 벽을 넘고 나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뉴욕타임스와 CNN 방송은 보도했습니다.

7개 나라는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그제 테러 위협을 이유로 이들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일시 중단과 비자발급 중단 등을 핵심으로 한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행정명령이 발동되기 직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들은 미국 땅을 밟자마자 억류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미 국토안보부는 현지시간 28일 현재 행정명령 발동 전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미 입국이 거절된 인원과 미국행 비행기 탑승 자체가 거절된 인원이 각각 109명과 173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탑승 거부를 당한 173명 중 81명만 이후 입국이 허용됐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 행정명령으로 당장 영향을 받게 된 여행자는 375명에 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국제 난민지원 프로젝트의 베카 헬러 소장은 "전국 곳곳에서 구금자에 대한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말 그대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학에 다니던 중 잠시 외국에 다녀오려던 학생들은 줄줄이 귀국길이 가로막혀 발을 굴렀습니다.

비행기 탑승을 거절당했다는 매사추세츠 공대(MIT) 재학생부터 몇 시간 째 공항에 갇혔다는 스탠퍼드 대학원생까지 온라인에는 각양각색의 사연이 넘쳤습니다.

행정명령에 적시된 무슬림 7개 국가 출신이면 '그린카드'라는 미 영주권을 갖고 있어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장례식 참석이나 휴가, 해외 유학 등을 위해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려고 한 이들도 해외 공항에서부터 탑승이 거부됐습니다.

주요 공항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운집했습니다.

어제 뉴욕 JFK 국제공항에는 수천 명이 모여들었고 이 가운데는 유명인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시위 참가자 수가 급증하자 공항 측은 공항 터미널과 연결되는 기차역 입구를 막기도 했습니다.

뉴어크 자유 국제공항과 덴버 국제공항, 포틀랜드 국제공항 등에도 적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항의했습니다.

CNN은 오늘 시위 참가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갑작스러운 미국행 비행기 탑승 거부에 여행객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두바이와 이스탄불에선 공항과 이민국 관계자들이 탑승 게이트에서 탑승객을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이미 탑승했다가 다시 내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공항 관계자들도 하루아침에 '혼란스럽고 변덕스럽게' 바뀐 규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예정된 미국행 손님을 태워 보내야 할 중동지역 항공사들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중동지역 국민 상당수의 미 입국 거절이 예상되는 탓입니다.

에미레이트와 에티하드 항공, 카타르 항공은 홈페이지에 영주권이나 외교관 비자가 있어야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고 고지했습니다.

항공사들은 미국을 오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자국 승무원들조차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어서 미국행 비행기의 승무원 배치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회원사에 이메일을 보내 항공사 승무원도 이번 행정명령에 적용된다고 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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