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는 축복·美의 정체성" 버핏·저커버그, 트럼프에 '일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 이민·난민'을 기조로 한 강경한 행정명령을 내놓자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 영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우리는 이 나라를 안전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커버그는 "우리는 난민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커버그는 자신과 아내 프리실라 챈 역시 이민자, 난민의 후손이라면서 "우리는 이민자의 나라이며, 우리 모두는 전 세계에서 온 가장 우수하고 명석한 이들이 여기서 함께 살면서 일하고 기여할 때 혜택을 누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커버그의 증조부와 증조모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폴란드에서 온 이민자였고, 그의 아내의 부모는 중국과 베트남 난민이었습니다.

버핏은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 나라는 이민자들에게서 축복을 받아왔다"면서 "원하는 어느 나라에서든 그들을 데려올 수 있고, 그들은 여기 와서 고국에서는 하지 못한 가능성을 폭발시키는 뭔가를 발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버핏은 1939년 이민자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실라르드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에게 나치 독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을 수 있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비통한 심정"이라면서 폭력과 전쟁에서 도망친 세계에서 "가장 방어할 힘이 없는 이들"을 버리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난민 구호에 힘써온 인권, 종교 단체들도 잇따라 규탄했습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호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난민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려드는 지금은 미국이 그 역사적인 역할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행정명령에는 '무슬림 테러 위험국가'의 국민에게 비자 발급을 일시중단하고 테러위험국가 출신 난민의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