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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88% 합격, 비백인 7%" 호주 응급 전문의 과정 차별 논란

박원경 기자

입력 : 2017.01.28 16:42|수정 : 2017.01.28 19:02


"임상시험 합격률이 백인은 10명 중 9명꼴인 88%, 비백인은 10명 중 한 명도 안 되는 7% 수준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로 활동하기를 꿈꾸는 비백인 젊은이들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호주와 뉴질랜드 대상 응급의학 전문의 양성기관인 호주응급의학칼리지(ACEM)를 향해 인종차별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집단으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이 28일 보도했습니다.

ACEM의 비백인 학생 33명은 최근 학교 측에 34쪽의 진정서를 내 각 병원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의 합격률과 관련해 인종 간 불균형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2학기 ACEM 프로그램 참가자는 모두 204명으로 비백인은 4분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응급 전문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1년에 두 차례 시행하는 임상시험의 결과는 비백인 학생들을 격분시켰습니다.

이유는 백인 학생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합격률 때문이었습니다.

백인 학생 합격률은 88%에 이르렀지만, 비백인 합격률은 6.8%에 그쳐 백인 합격률이 무려 13배나 높았습니다.

비백인 학생들은 이 결과에 대해 실력이나 언어문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자신들은 이미 수년 동안 병원에서 백인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같은 훈련을 쌓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생들은 영어 구사와 관련해서도 자신들 모두 영어가 유창하며 특히 많은 학생이 태어날 때부터 영어를 써왔을 정도로 영어가 모국어 격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진정서에서 "비백인 중 10% 미만이 합격하고 나머지는 부적격자로 받아들여졌지만, 백인은 대다수가 통과한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규정하며 쉽게 꺼내기 어려운 인종차별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습니다.

학생들은 또 ACEM을 포함해 모든 전문의 양성기관을 감독하는 호주의료위원회(AMC)에도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59명의 비백인 학생과 일일이 접촉해 결과를 알아냈다며 몇 차례 떨어진 학생들은 자존감을 잃고 동료 학생들로부터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학생들이 수집한 병원별 임상시험 합격현황을 보면 뉴캐슬의 한 병원에서는 백인 학생 4명은 모두 합격했지만, 비백인 5명은 모두 불합격했고, 브리즈번의 한 병원에서는 백인 4명 모두는 통과했으나 비백인 2명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칼리지 측은 "진정서 해결 절차나 제출자의 비밀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의 전통적인 백인 우대정책, 백호주의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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