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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속에서도 대규모 촛불집회·맞불집회

윤영현 기자

입력 : 2017.01.22 09:41|수정 : 2017.01.22 16:16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하는 13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집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된 직후 열린 첫 주말 집회여서 재벌총수 구속 촉구와 함께 '블랙리스트' 규탄 목소리가 타져나왔습니다.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들은 한층 격해진 분위기로 대규모 맞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을 환영하고, 김기춘 전 실장·조윤선 전 장관 구속영장 발부는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유전무죄…재벌이 뇌물죄 몸통" 강추위 속 전국서 촛불

전국 2천300여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처음 열리는 집회입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 뇌물죄 '몸통'이라고 주장하며 총수 구속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퇴진행동 법률팀 김상은 변호사는 "횡령액이 50억 원 넘으면 5년 이상 징역형이 주어지는데,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90억원이 넘으니 (이 부회장을)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며 "이런 상식이 왜 이 부회장에게는 통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집회에서는 블랙리스트를 '공작정치'와 예술 탄압으로 규정한 문화예술인들의 규탄 발언도 나왔습니다.

독립영화사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블랙리스트 작성은 '모든 국민이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한 헌법 22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김기춘·조윤선 두 사람은 박근혜 최측근이므로 박근혜도 책임을 지고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용산 참사 8주기(20일)을 맞아 철거민과 노점상 등 개발사업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전 행사도 열렸습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신대를 '광화문 구치소'에 입소시키는 퍼포먼스도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 인용,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 등을 함께 요구했습니다.

본 행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인근으로 행진했습니다.

종각 삼성타워, 종로1가 SK 본사,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사 등 대기업 건물 방면으로도 행진하며 "재벌총수 구속하라", "유전무죄 규탄" 등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구호도 나왔습니다.

퇴진행동은 서울 32만여명 등 전국에서 연인원(누적인원) 35만여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자체 추산한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퇴진행동은 설 연휴 기간인 오는 28일에는 집회를 열지 않을 계획입니다.

서울 외 지역 곳곳에서도 한파를 뚫고 촛불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시국대회를 열었습니다.


시민행동은 본 행사 후 행진 도중 박 대통령 생가터(중구 삼덕동) 인근을 지나면서 자체 제작한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 표지판을 설치했습니다.

이곳에는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 생가터 표지판(가로 70㎝·세로 240㎝)이 설치됐으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작년 11월 훼손돼 철거됐습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광장에서 열린 경남시국대회 참가자들도 박 대통령 퇴진과 이재용 부회장,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 구속을 촉구했습니다.

광주 금남로에서도 사법부를 규탄하고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울산과 대전, 충남, 강원, 제주 등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성역없는 수사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습니다.

○ "경제보다 정의가 중요? 웃긴다" 친박단체 대규모 맞불집회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들은 강추위와 함께 굵은 눈발이 날리는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맞불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일제히 환영했습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 부회장의)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에게 박수를 보낸다"면서 "헌법재판관들은 조작된 증거가 아니라 법과 진짜 증거에 따라 판결해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좌파들이 조 판사 신상을 터니 이번 판사는 겁이 나 조윤선과 김기춘을 구속했다"며 "세계적 기업 삼성(의 이 부회장)을 마구 구속하려고 안달이 났다"고 비난했습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촛불이 두려워 잘못 판단할 수 있다"면서 "탄핵이 인용되면 그때는 폭동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혁명 주체 세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탄기국 집회에 합류했습니다.

탄기국은 집회에 125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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