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준비에 전통시장은 25만 원, 대형마트는 34만 원"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면 대형마트보다 9만 원 저렴"
"설 성수품 구입 적기는 대략 설 닷새에서 일주일 전"
1월 17일 설을 앞두고 '설 차례상 준비비용'을 두 번째로 조사한 결과의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한국물가협회: 20만 6천 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 전통시장 25만 3천 원, 대형마트 34만 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 22만 3천 원, 대형마트 29만 3천 원
한국소비자원 : 19만 3천 원, 대형마트 21만 3천 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 17만 1천 원, 대형마트 21만 4천 원
올 들어 발표된 설 차례상 비용 조사 결과들을 대략 추려본 것들이다. 여러 곳에서 매번 명절 때마다 조사하고 있고 각자 발표한다.
소비자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통시장이 조금 싸구나, 하는 정도? 좀 더 관심 많은 소비자라면 각각의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품목별로 어떤 게 저렴한지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례상을 차릴 준비를 하는 소비자라면.
명절 때 지내는 제사가 '차례'이다. 이 차례를 포함해 제사를 지내는 인구는 남한 5천만 명 중에 얼마나 될까? 이를 조사한 통계나 설문조사 등을 찾을 수 없었다. 차례는 당연히 지내는 걸로 전제하기 때문일까. 가족 단위로 지낸다고 보면 차이가 있겠으나, 절반이 넘어가긴 어렵지 않나 싶다. 1인 가구, 2인 가구가 전체 가구 구성의 절반이 넘어간 상황에서 이런 가구에서 전통적인 격식을 갖춰 차례를 지낸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으나 또 명절 때 모여서 차례를 지낸다고 하면 포함될 수도 있고 가늠하긴 쉽지 않다. 종교적 이유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차례'를 지내는 이들로 한정한다면 훨씬 적지 않을까.
정확한 차례 인구는 알 수 없더라도 대개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인식돼 있는 게 현실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차례, 제사는 다들 아다시피 양반들이 그들의 조상에게 절기나 기일마다 음식 차려놓고 치렀던 유교식 제례다. 많아야 백성의 10%에 불과했던 양반의 전래 습속이 왜 전국민이 해야 하는 미풍양속이 돼 버렸을까. 10%보다는 나머지 90%에 속했을 가능성이 높은 나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왜 이렇게 제사는 물론, 매번 명절이면 차례를 지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명절이 다가오면 여러 기관에서 앞다퉈 대부분에게 요긴한 정보가 되지 않는 차례상 준비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말이다.
평소 잘 먹지도 않고, 명절 때라고 해서 딱히 먹게 되지도 않아 버리거나 냉동고에 처박히곤 하는 갖은 기름진 음식들, '명절 때 안 먹던 기름진 음식을 먹어 탈 나는 걸 조심하자'는 것도 오래된 명절 전후 기사의 패턴이다. 가사 노동의 편중, 남편과 아내 간의 역할 갈등이나 잘 보지 않던 친척이 모여 발생한 갖은 갈등과 다툼, 오가는 데 따른 고단함, '명절 스트레스'로 통칭하는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대처하고 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느냐는 것도 또한 명절의 '클리셰'다.
이 문제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문화'라는 데 기인한 것 같다. '차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할 순 없으나 일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왜 차례를 지내야 하는지, 왜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걸까. 조상 혹은 먼저 간 조부모나 부모를 기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면 그런 시간과 저마다의 방식을 마련하고 가지면 되는 것 아닐까. 명절 때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그냥 하던 대로 계속 해오는 것이라고 하기엔 역사와 전통, 근거는 부족하고 낭비되는 비용과 유발되는 갈등은 많은 게 '차례'가 아닐까 싶다.
차례상 비용 관련 기사를 쓰니 거기에 달린 댓글들의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쌓여가는 차례상 비용 자료와 기사들을 보며 문득 "이런 차례를 왜 하는 걸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건 확실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