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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인데 호형호제 안된다니" 이탈리아 형제 아기 사연

한세현 기자

입력 : 2017.01.09 13:40|수정 : 2017.01.09 13:44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함께 보냈지만, 출생 후 호형호제할 수 없게 된 이탈리아 쌍둥이 형제의 운명이 화제입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남자 쌍둥이를 출산한 이탈리아 게이 커플이 자녀 등록을 허용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법원이 쌍둥이 형제를 이 커플의 자녀로 등록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두 아이를 각각 두 남성의 자녀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커플은 15개월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 형제를 품에 안았는데, 당시 두 사람은 각각의 정자로 체외 수정했었습니다.

밀라노로 돌아온 두 사람은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등기소가 자신들을 아이의 법적 부모로 등록해 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사람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위와 같은 판단을 내린 덕분에 적어도 생물학적 아이의 아버지로는 인정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커플을 소송을 도운 NGO 파밀리에 아르코발레노는 "이탈리아 법원이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보다 아이에게 최선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해 결정을 내린 첫 사례"라며 "긍정적 걸음"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이 단체는 "아기들이 미국 시민권자였는데, 이제 아기 아버지들이 이탈리아 시민권을 물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는 결혼한 이성 커플이나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이성 커플에게만 체외 수정을 허락하는 등 관련 규정이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편입니다.

체외 수정을 할 때도 해당 커플의 정자와 난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정자·난자 기증이나 대리모 이용은 불법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 의회에서 동성 커플에게 배우자로서 합법적 권한을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결혼이나 입양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커플이 두 아이를 각각 자녀로 등록한 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녀를 입양하는 방식으로라도 두 아이가 법적 형제가 되도록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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