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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제 토지조사 사업으로 받은 토지도 '친일재산'"

민경호 기자

입력 : 2017.01.04 06:35|수정 : 2017.01.04 06:35


일제의 토지조사 사업으로 사정(査定)받은 토지도 친일행위를 대가로 취득한 재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정'이란 토지 조사부나 지적도를 토대로 토지 소유자 및 토지 경계를 정하는 행정처분을 말합니다.

행정기관의 처분행위인 '토지의 사정'도 '토지의 취득'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상 국가귀속 대상이 되는 친일재산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러일전쟁 개전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추정해 국가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3부는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 78살 이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친일재산 환수법이 말하는 재산의 '취득'에는 토지 및 임야조사 사업을 통한 사정을 원인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는 물론 그 사정 명의를 제3 자에게 신탁해 취득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이해승이 타인의 명의를 신탁해 사정받은 토지를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1921년 동양척식 주식회사로부터 경기 포천시 일대의 임야 185만㎡를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정받았습니다.

이해승이 6.25 전쟁 때 납북돼 행방불명되자 손자인 이 씨가 이 토지를 1959년 단독으로 상속받았습니다.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2009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하고, 이 씨가 상속받은 토지 중 이미 팔아버린 땅을 제외한 4만5천㎡의 소유권을 국가에 귀속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국가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자 이 씨가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이해승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아니므로 토지의 국가귀속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해승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이고, 그가 사정받은 토지도 친일재산귀속법이 규정한 친일재산의 '취득'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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