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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마리 살처분에 주춤해진 AI…이젠 안심해도 되나

홍지영 기자

입력 : 2017.01.03 10:20|수정 : 2017.01.03 11:10


발생 50일이 안 돼 무려 3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확산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축산 방역 당국에 접수되는 의심 신고는 전국적으로 많아야 하루 1∼2건에 그쳐 하루 10여 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기세가 한풀 꺾인듯한 양상입니다.

작년 11월 16일 AI가 처음 발생한 후 3일 0시까지 48일동안 살처분된 가금류는 3천33만 마리.

국내 전체 가금류 사육 규모(1억6천525만 마리)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의심 신고가 하루 평균 0~2건으로 뜸해진 지난달 27일 이후의 살처분 마릿수는 전체의 12.8%(384만 마리)에 그칠 정도로 점차 그 수가 줄고 있습니다.

의심 신고가 하루 10여건씩에 달했던 때에 비하면 엿새째 AI 진정국면이 이어지면서 축산 방역당국은 한시름 놓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AI가 전국을 휩쓸던 2014년 1∼7월 살처분이 195일간 지루하게 이어졌던 '악몽'을 떠올리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방역 당국 얘기입니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번 AI는 가금류 중에서도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가 본 피해가 컸던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전체 산란계 사육규모의 32.1%에 해당하는 2천245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41만 마리가 도살됐습니다.

병아리가 산란용 닭으로 자라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수급 불안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현재 계란값은 AI 발생 전과 비교하면 2~3배 가까이 급등했고 그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일선 매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이런 '계란 대란' 사태는 명절 음식 장만 등으로 계란 소비가 많아지는 설(1월 28일) 연휴를 전후해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건국대 송창선 교수는 "아직 겨울 초기이고 AI에 감염된 철새가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어 (3개월간 신규 발생이 없어야 가능한) AI 종식 선언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고양이 AI 감염과 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충북대 모인필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2월 말까지는 계속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오리의 경우 AI에 걸려도 닭과 달리 쉽게 안 죽고 AI 전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별·축종별로 맞춤형 방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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