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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반기문, 어디로 어떻게 '착지'할까…현실정치 기반 주목

하대석 기자

입력 : 2016.12.31 11:10|수정 : 2016.12.31 11:10


10년에 걸친 임기를 오늘(31일) 마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확보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 귀국해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 전망입니다.

반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한국의 발전을 위해 제가 평소 느끼던 여러가지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반 총장을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현역 의원만 따져도 20∼30명의 신당 창당 규모에 이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반 총장 출신 지역인 충청권에서 4선 중진인 정우택·정진석 의원이 그와 친분이 두텁고, 경대수·박덕흠·이종배·권석창·성일종 의원 등 초·재선들도 있습니다.

김태흠·이장우 등 충청권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역시 계파 색채에 대한 부담만 덜어내면 언제든지 반 총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입니다.

비박(비박근혜)계에서도 반 총장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따르겠다는 의원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나경원 의원이 개혁보수신당(가칭) 합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반 총장을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평가했습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혁보수신당에 합류한 비박계 의원 가운데 반 총장을 보고 나간 이가 여럿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잠재적 경쟁 관계인 유승민 의원 그룹은 예외지만, 김무성 의원 그룹이나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의원 중에선 반 총장 측에 설 의원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이들 세력을 규합해 실제로 신당을 만들지는 미지수입니다.

대선이 이르면 내년 5∼6월에 치러지면 1월 귀국 후 신당 창당에는 시간이 촉박합니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이 당분간 독자 행보를 보이면서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불필요한 상처만 입기에 십상인 당내 경선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기존 정당을 재편하거나, 다른 정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반 총장이 '무당파(無黨派)'로 머무를 경우 범여권과 충청권 의원들도 집단 탈당보다는 당에 소속된 상태에서 반 총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된 '반기문당' 창당은 다소 순진한 얘기"라며 "반 총장도 충청권보다는 수도권·영남권과 먼저 연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변수는 김종인, 손학규, 안철수 등 야권 인사들입니다.

반 총장이 이들과 손잡을 경우 여야를 넘나드는 파괴력과 확장성을 얻을 전망입니다.

내년 대선의 중요한 화두인 개헌에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만 맞는다면 충분히 이들과 '거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기자들에게 "(현재 헌법은) 1987년 개정된 것으로, 우리가 몸은 많이 컸는데 옷은 안 맞는 상황"이라며 개헌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반 총장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합'의 의미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뉴욕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을 만나 "정치적으로 대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며 "경제·사회적으로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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