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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이혼' 늘어나는 日…"배우자 가족 인연도 끊고 싶다"

한지연 기자

입력 : 2016.12.30 13:23|수정 : 2016.12.30 13:23


“네가 제대로 했다면 (아들이) 이렇게 빨리 죽지 않았을 텐데….”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일본 도쿄(東京)의 50대 여성은 이런 시어머니의 구박을 참을 수 없어 사후 이혼을 결정했습니다.

최근 일본에선 세상을 떠난 배우자와 이혼하는 이른바 '사후 이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숨진 배우자의 가족들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이유에서 입니다.

오늘자(3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사후이혼(인족관계종료) 신청서' 제출 건수는 2천783건으로, 10년 전인 2005년의 1천772건보다 57.1%나 늘었습니다.

일본에서 이혼하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가족들과 관계가 자동으로 해소되지만 사별인 경우는 별도의 신청이 없으면 가족관계가 계속 남게 됩니다.

사후이혼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당사자의 신청만으로 성립합니다.

여성의 경우 사후이혼을 하더라도 남편이 성이 이름에 남는 까닭에 결혼 전의 성을 찾으려면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사후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악화된 시댁 혹은 처가와 관계를 끊으려 하거나 배우자 부모의 돌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부부문제 상담소 등에는 '남편이 죽은 것을 가지고 (시댁에서) 나를 탓한다', '남편의 가족과 같은 묘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등의 이유로 사후이혼을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부문제 카운셀러인 오카노(岡野) 아쓰코씨는 "사후이혼을 상담하는 30~50대 여성이 많다. 대부분 시어머니와의 문제가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라카와 도우코(白河桃子) 사가미(相模)여대 객원교수는 "저출산과 자녀수의 감소로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들의 부담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개호 등을 돕는 제도가 충실해지지 않으면 사후이혼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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