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유엔과의 싸움, 중국·러시아가 승자될 것"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이후에도 유엔과의 싸움을 이어가면 중국과 러시아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유럽외교협회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완은 폴리티코 매거진에 실은 글에서 "트럼프가 UN에 지원을 끊으면 결국, 세계 외교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완은 트럼프 당선인이 유엔과 벌이는 싸움으로 초반엔 이득을 챙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유엔과의 초반 다툼은 차기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외교 무대에서 힘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미국의 기권 속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결의안이 통과하자 연일 유엔 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엔과의 반목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이스라엘 결의안 채택에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 이후 유엔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유엔 입장에선 트럼프 시대에서 동시다발적인 미국의 '공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결의안의 뒤집기 시도, '파리 기후협정' 무력화, 미국의 분담금 삭감, 개발·인도적 사업 지원 철회 등을 트럼프 당선인의 공격 카드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고완은 다만, 유엔과의 대립에 따른 역효과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습니다.

유엔 내 미국의 위상 약화는 러시아와 중국이 절호의 기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완은 "미국이 유엔을 이끌기를 거부한다면 다른 강대국들이 공백을 메우려고 해 미국에는 결국 손해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시리아 내전 문제에 있어 미국이 주저하는 사이 유엔 안보리에서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최근 몇 년 새 유엔에 아낌없는 투자하며 위상을 높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