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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가적 '도핑 작전' 시인 여부 두고 NYT-러 당국 공방

입력 : 2016.12.28 23:57|수정 : 2016.12.28 23:57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 대회 당시 정부가 개입한 조직적 도핑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 회장 대행 안나 안첼리오비치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녀가 '국가적 차원의 러시아 도핑 프로그램'이 실제 존재했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주장하자 RUSADA가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RUSADA는 28일(현지시간) 낸 보도문에서 NYT 기자가 안첼리오비치 회장 대행과의 인터뷰 발언 일부를 문맥에서 잘라내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RUSADA에 따르면 안첼리오비치는 인터뷰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를 이끈 캐나다 법학교수 리처드 맥라렌이 이달 9일 공개한 러시아 도핑 관련 2차 보고서에서 '국가적 도핑 시스템'이란 용어 대신 '제도적 음모'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들이 도핑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NYT 기자가 안첼리오비치의 발언을 문맥에서 잘라내 마치 RUSADA 지도부가 러시아의 제도적 도핑 은폐 시스템 존재를 시인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고 보도문은 지적했다.

보도문은 이어 "RUSADA는 도핑 사실을 인정하거나 부인할 권한이 없다"면서 "연방수사위원회가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 관리가 국가 차원의 도핑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NYT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NYT는 전날 러시아 관리들이 며칠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전례가 없는 러시아의 도핑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꼼짝 못 할 사실들을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면서 안첼리오비치 RUSADA 회장대행이 수년간의 부정행위 계획에 대해 "제도적 음모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체육부와 반도핑기구, 연방보안국(FSB) 등 국가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선수들로 하여금 올림픽에서 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복용하게 하고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해 도핑 검사를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RUSADA 모스크바 실험소장을 지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약물 제조부터 소변 샘플 바꿔치기까지의 과정을 NYT에 폭로하고 이후 7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지만, 러시아는 강력히 부인해 왔다.

WADA는 이달 9일 소변 샘플 바꿔치기로 약물 검사를 피한 러시아 선수가 1천 명이 넘는다는 두 번째 보고서를 내놨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으며, 러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동계대회는 보이콧을 당하거나 개최권을 박탈당했다.

러시아가 국가적 도핑 시스템 존재를 갑작스럽게 시인하고 나선 것은 국제 스포츠 규제 당국과 화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NYT는 해석했다.

하지만 안첼리오비치 회장 대행과 다른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정부의 최고위 관계자가 도핑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강력히 부인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신설된 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비탈리 스미르노프(81)도 "내 생각에 우리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시인하면서 그러나 "국가지도부는 도핑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또 WADA 보고서에서 드러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의 도핑 작전은 국제 스포츠 당국이 서방 국가들에 준 특혜를 상쇄하는 것일 뿐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스미르노프 위원장은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해커 조직 '팬시 베어'가 해킹한 기밀 의료기록에 따르면 수백 명의 서방 선수들이 치료를 이유로 금지된 약물 복용을 허가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러시아는 다른 나라들에 주어진 이런 기회를 얻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변호인인 빅토르 베레조프는 소변 샘플 바꿔치기로 약물 검사를 피한 것에 대해 "WADA에는 로드첸코프가 있었던것이 행운이었다"며 "그런 일은 중국, 런던 등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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