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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족쇄를 풀다' 야구 관계자도 놀란 배구의 FA 등급제

입력 : 2016.12.28 11:02|수정 : 2016.12.28 11:02

준척급 FA 선수 이적 활성화될 듯


한국프로배구가 FA(자유계약선수) 제도의 모순 하나를 지워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8일 "2018년부터 남자부 FA 등급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FA 자격을 얻고도 '자유롭지 못했던' 선수들이 한결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길이 열렸다.

그동안 V리그 FA 시장은 경직돼 있었다.

2016 FA 시장에서 20명이 자격을 얻었지만, 팀을 옮긴 FA는 이선규(삼성화재→KB손해보험)뿐이었다.

보상 규정이 선수와 구단의 발목을 잡았다.

개정 전 KOVO FA 규정은 '해당 선수 연봉의 200%와 보상 선수 1명을 원소속팀에 보상한다.

보상 선수를 원하지 않으면 연봉의 300%를 받을 수 있다.

보호 선수는 FA로 영입한 선수를 포함해 5명이다'라고 명시했다.

모든 FA 영입 선수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하는 보상 제도는 FA 시장을 위축시키는 원인이었다.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대어가 아니라면, 주전급 선수를 내줘야 하는 보상 규정까지 감수하면서 FA로 영입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원소속구단이 일단 FA와 재계약하고, 해당 선수에 관심을 보이는 타 구단에 트레이드하는 '변칙 계약'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KOVO는 연봉 2억5천만원 이상을 받는 FA를 영입할 때만 보상 선수를 내주고, 그 미만의 연봉을 받는 FA를 영입하면 보상금만 내주는 새로운 보상 체계를 갖췄다.

준척급 FA 선수들은 굴레를 벗었고, 구단도 FA 시장에서 전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FA 등급제는 구단의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FA 등급제 실시로 준척급의 이적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선수 몸값이 오른다.

KOVO 관계자는 "V리그 구단들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FA 등급제에 합의했다. 금전적인 부분보다 리그 활성화를 먼저 생각해줬다"고 말했다.

프로배구의 움직임에 야구관계자도 놀랐다.

한 프로야구 단장은 "선수협회도 없는 프로배구에서 야구보다 먼저 FA 등급제를 시행하는 건 무척 놀라운 일"이라며 "FA 등급제를 결정하게 된 과정을 알아보고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프로야구에서도 FA 몸값 폭등과 미아 방지, 두 개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FA 등급제'가 거론되고 있다.

KBO와 선수협은 시행 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모든 FA가 같은 보상 규정(보호 선수 20인 외 1명+해당 FA 연봉의 200% 혹은 해당 FA 연봉의 300%)에 묶여 있다.

구단 대부분이 대어급 FA 영입을 위해서는 보상 규정을 감수하지만, 그 이하로 판단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을 들어 영입을 포기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야구는 FA 등급제를 실시한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도 야구보다 규모가 작은 배구에서 FA 등급제를 먼저 도입했다.

2007∼2008시즌, 전 세계 배구 리그 중 최초로 비디오판독을 도입했던 KOVO가 또 한 번 '틀'을 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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