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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보다 비싼 금란"…가격 폭등에 소비자·상인 모두 한숨

홍지영 기자

입력 : 2016.12.27 15:27|수정 : 2016.12.27 15:46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두 달 전 5천원대에 살 수 있던 계란 한 판이 이제는 1만 원을 호가하지만 계란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은 전국 평균 7천510원으로 한 달 전(5천410원)보다 38.8%나 올랐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체감 계란 가격 상승 폭은 이를 훨씬 웃돕니다.

AI 발생 이전에 하루 4천200만 개씩 공급되던 계란이 최근에는 3천만 개 이하로 줄어든 데다 저렴한 가격대의 계란부터 바닥나면서 실제 시중에 남아 있는 계란값은 한 판당 1만 원을 호가합니다.

이날 오전 인천시 남동구의 한 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을 1만 800원에 판매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인천 지역의 중·소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계란값은 현재 9천∼1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광주 서구 풍암동 한 마트는 한 달 전 4천980원 하던 계란 한 판을 크기에 따라 6천900∼7천400원에 팔고 있습니다.

그나마 잘 아는 계란 유통업자가 재고물량을 줘서 상대적으로 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고 팔 수 있었다는 게 이 마트 사장의 설명입니다.

실제 인근에는 계란 한 판에 9천500원까지 값을 올린 마트도 등장했습니다.

부산 서구에 있는 한 동네상점은 AI 발생 전 도매상으로부터 한 번에 100판까지 공급받던 계란을 요즘은 최대 10판밖에 받지 못합니다.

공급가도 급등해서 한 달 전 5천300원이던 계란 한 판 소매가를 8천800원으로 올렸습니다.

이 마트 업주는 "부산에 주로 유통되는 계란은 양산 지역에서 공급되는데, 이곳이 AI에 뚫리면서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며 "경남 합천이나 남해 쪽도 AI가 퍼져 계란 한 판 값이 1만 원을 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주부 A(29)씨는 "8천 원이 넘는 돈을 주고 계란 한 판을 사 먹자니 웬만한 고깃값이랑 비슷해 망설이게 된다"며 "두 살짜리 아이가 계란부침을 좋아하지만 AI 때문에 찜찜하기도 하고 당분간 식단에서 계란은 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서구의 한 마트 업주는 "일반 소비자들은 계란 구매를 아예 끊은 것 같고, 간혹 비싼 돈을 주고 사 가는 사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계란이 꼭 필요한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고 전했습니다.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상인들은 매대를 채울 계란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주문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충북 청주의 농협물류센터는 지난 22일 이후 고급 유정란을 제외한 일반 계란을 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동네 슈퍼마켓들은 "대형마트들은 1인 1판으로 제한한다는데 우리는 아예 제한할 물량마저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계란 대란'이 현실화하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달부터 계란 수입 시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각종 대책에도 계란값 상승세가 지속하면 정부가 계란을 직접 수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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