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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문체부 '블랙리스트' 예술계 사상검증에 예산도 삭감

최우철 기자

입력 : 2016.12.26 21:54|수정 : 2016.12.26 21:54


박근혜 정부에서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예술 표현을 문제 삼아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각종 지원예산까지 삭감한 사실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SBS가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문건엔, 교수나 시인, 안무가 등 예술계 인사 48명과 영화사나 극단 등 43개 단체 등 91개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명단 옆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로 보이는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가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시위를 지지한다거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등, 사회적인 이슈에 의견을 표현한 행위도 검증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문체부 산하 정부 위원회나 문제부 사업을 심사하는 외부 위원들에 대한 별도의 블랙리스트도 작성됐습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 등 모두 14명이 용산 참사 해결이나 이명박 정부 규탄과 관련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업 심사위원으로 재작힌 건국대 고창운 교수는 "예전에는 이런저런 정부기관에서 늘 부르고 그랬는데, 최근에 그런 건 다 연락이 없다"며, "이거는 알게 모르게 (시국 선언과) 좀 관련이 있나 보다 그런 생각한 적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건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 언론사 7곳은 '좌파 성향'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분야 단체들은 실제 예산 삭감의 불이익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남영동 1985'의 배급사인 엣나인 필름은 이 영화 배급사라는 이유로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이 회사는 2013년 문체부 예산에서 3천4백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그 이후 단 한 푼도 지원이 없었습니다.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윤이상 평화재단도 2013년 9천만 원을 받았지만, 야당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한다는 이유로 이후 지원이 끊겼습니다.

한국 연극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임영웅 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 산울림, 비판적 지성의 산실 창작과 비평 등도 비슷한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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