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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m 상공서 추락한 옛 유고 여객기 생존자, 44년 만에 사망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12.26 19:45|수정 : 2016.12.26 19:45


44년 전 크로아티아 상공 1만m에서 추락한 유고슬라비아 JAT항공 여객기의 유일한 생존자가 6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습니다.

세르비아 언론에 따르면 JAT항공 승무원으로 1972년 사고 여객기에 탑승해 있다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베스나 불로비치는 베오그라드의 자택에서 지난 24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44년 전 사고 당시 22세이던 불로비치를 태운 유고 항공기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베오그라드로 향하던 중 1만m 상공에서 비행기에 장착된 폭탄이 폭발해 기체가 두 동강 난 채 체코 스르브스카 카메니체 지역의 눈 덮인 언덕에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폭탄은 크로아티아 분리주의 그룹이 짐칸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여객기 꼬리 부분에 음식 나르는 카트와 함께 끼어 있던 불로비치는 거짓말처럼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추락한 뒤 열흘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두개골에 금이 가고, 척추, 다리, 골반 등의 뼈가 부러진 채 허리 아래 마비 증상을 겪었으나 10개월 만에 다시 걸었고, 항공사 사무직으로 복귀해 일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1985년 가장 높은 상공에서 낙하산 없이 떨어져 생존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그는 세르비아에서는 스포츠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는 이런 인기를 이용해 1990년대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반대 시위에 앞장서는 등 정치적인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냈습니다.

그는 2008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누구도 내가 이렇게 오래 살 것으로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에도 승객으로 여전히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생전에 "비행기를 타면 사람들이 항상 내 옆에 앉길 원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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