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고통받는 어린이 생각하라"…교황, 성탄전야 미사 메시지

한세현 기자

입력 : 2016.12.25 14:14|수정 : 2016.12.25 14:14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해 첫 성탄 메시지는 고통받는 어린이를 향한 관심이었습니다.

바티칸 라디오에 따르면, 교황은 현지시간 어젯(24일)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 강론에서 어린이들의 고통을 생각함으로써 예수 탄생을 기념하자고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평안하게 아기 침대에 누워 있지 못한 어린이들이 있다"며, "이들은 존엄을 해치는 지저분한 구유에서 아기 예수와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어린이들은 폭격을 피하기 위한 지하에 있고, 대도시 길바닥 위에도 있으며 이민자들을 가득 태운 선박 밑바닥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내전과 극단주의 세력의 잔혹 행위에 시달리는 어린이, 도시빈민가의 소외된 어린이, 난민 신세가 된 어린이를 거론한 것입니다.

올해 유럽에 오기 위해 난민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물에 빠져 숨진 사람이 5천 명을 넘어서 사상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올해 9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시리아 내전이 2011년 3월 시작된 이후 누적 사망자는 30만 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이 8만 6천692명이었고 그 가운데 어린이가 1만 5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을 진정으로 축하하기 위해 묵상해야 할 표징이 있다"며, "갓 태어난 아기의 연약한 소박함, 그가 누운 곳의 온유함, 강보의 따스한 보살핌, 거기에 하느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은 궁전이 아닌 마구간, 웅장하고 화려한 삶이 아닌 소박한 삶에 나타난다"며, "하느님을 찾으려면 그런 곳으로 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기 예수의 의미를 둘러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석은 현실 진단과 비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교황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삶이 버려진 만큼 크리스마스는 그 안에 슬픔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며, "요셉과 마리아가 방이 없어 배척당하고 예수를 마구간에 눕혔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날에도 성탄이 예수가 아닌 우리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는 축제가 될 때, 상혼의 빛이 하느님의 빛을 가릴 때, 소외된 이들에게 냉담한 채 성탄 선물에 신경을 쓸 때 똑같은 무관심이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P, 로이터 통신 등은 교황의 이 같은 지적을 크리스마스가 상업주의에 찌들어 본래 뜻을 잃어버렸다는 물신주의 비판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번 성탄 전야 미사에는 신자 1만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강론은 올해 성탄과 관련한 교황의 첫 메시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전통대로 성탄절 공식 메시지를 담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 로마와 온 세계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