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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테러 용의자 사살했지만…불안감 커진 이탈리아

입력 : 2016.12.25 02:39|수정 : 2016.12.25 02:39


이탈리아가 베를린 트럭 테러 용의자를 사살해 더 큰 참사를 막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23일(현지시간) 밀라노 근교에서 이달 19일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19t 트럭으로 공격한 용의자 아니스 암리(24)를 사살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유럽을 불안에 떨게 한 용의자의 도주는 나흘 만에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일이 시민들을 테러리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고 강조했으나 마냥 자랑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프랑스, 독일 등 주변국과 달리 아직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를 겪지 않은 이탈리아는 흉악한 테러 용의자가 자국에서 붙잡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붙잡히지 않았다면 성탄절 인파가 북적이는 이탈리아 어디에서든 비슷한 테러를 저지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시민은 경악하고 있다.

튀니지 출신인 그가 2011년 이탈리아에 처음 입국해 방화 혐의로 3년 넘게 시칠리아 교도소에 복역한 뒤 작년에 독일로 넘어갔다는 보도도 이탈리아에는 찜찜한 부분이다.

사실상 이탈리아 감옥이 테러범을 양성했다는 추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난민 송환 협정 이후 유럽행을 택한 아프리카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되면서 올해만 사상 최대인 18만 명이 쏟아져 들어와 여론이 악화하는 차에 이런 일이 터지자 정치인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베를린 테러 용의자가 사살된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난민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며 "이탈리아에 불법 체류하는 모든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릴로 대표는 "이탈리아는 테러범들이 오가는 곳이 되고 있고, 그들은 유럽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솅겐 조약 덕분에 어떤 제지도 없이 유럽 전역을 배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솅겐은 수정돼야 한다"며 "테러가 일어나면 용의자가 붙잡힐 때까지만이라도 솅겐 조약을 즉각 유예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극우성향의 정당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전쟁을 피해 모국을 떠나는 여성과 아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종류의 난민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며 "이런 안을 내년 전국 단위 선거에서 표결에 부쳐 국민 의견을 묻자"고 제안했다.

한편, 베를린 테러 용의자가 깊은 새벽 시간에 아프리카인이 혼자 배회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검문에 적발된 뒤 교전 끝에 사살되긴 했으나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해 검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밀라노 시경의 안토이노 데 이에수 청장은 "용의자 암리는 통상적인 검문과 강화된 경계 덕분에 적발됐다"며 "여기엔 약간의 운도 따랐다"고 인정했다.

에에수 청장은 "그는 매우 위험한 용의자"라며 "사살되지 않았다면 추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수 청장에 따르면 용의자는 장전된 22구경 권총과 함께 칼을 소지하고 있었고,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경찰은 용의자가 붙잡힌 인구 8만 명의 세스토 산 지오반니에 상당한 규모의 무슬림 공동체가 있는 것에 주목, 그가 이곳에서 공범이나 테러 관련 조직을 접촉하려 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이곳에 이탈리아 남부와 동유럽, 스페인, 모로코, 알바니아 등을 오가는 장거리 버스터미널이 있어 그가 단순히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고 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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