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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당한 독일 '사후약방문'…게슈타포 강박증 극복하나

한세현 기자

입력 : 2016.12.22 16:03|수정 : 2016.12.22 16:03


독일이 트럭 테러가 발생한 뒤, 공공장소에 CCTV 설치를 확대하는 등 테러방지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 반성과 함께 사생활보호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를 반영해 도입된 법제 때문에 대테러 노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테러방지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CCTV 설치를 확대하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이번 법안은 스포츠 홀과 쇼핑센터, 크리스마스 시장, 버스 터미널 등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공장소에 CCTV를 더 쉽게 설치하기 위한 계획입니다.

하지만, 법안은 여론과 다른 법규와의 마찰을 의식해 CCTV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은 프라이버시를 헌법적 권리로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에 따라 제정된 엄격한 사생활보호법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법규는 과거 나치와 구동독 치하에서 심각한 기본권 침해를 겪은 독일이 게슈타포, 슈타지 같은 강력한 감시조직 재등장을 예민하게 경계하는 과정에서 도입됐습니다.

CCTV 설치 법안에서 드러나듯 결국 테러와의 싸움에서 강력한 사생활보호법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묵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연방공화국인 독일이 정보기관이나 경찰조직을 16개 주에서 분산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대테러 정책을 펴는 데 불리한 점으로 거론됩니다.

독일에는 미국의 연방수사국, FBI와 같이 정보 수집과 법 집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관이 없tmqslek.

해외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이 테러방지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이 기관도 엄격한 사생활보호법으로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범죄 전력이 없는 이의 감독과 구금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 용의자 감시를 적극적으로 허가하지 않는 법원의 태도도 테러방지의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실제로 이번 트럭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튀니지 출신 24살 난민 아니스 암리도 테러 관련 위험인물로 분류됐지만, 이 같은 느슨한 감시망을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국제안보연구 국장은 "역사의 무거운 그림자가 독일 정보기관의 모든 업무에 드리워져 있다"고 실태를 요약했습니다.

판투치 국장은 독일은 역사적으로 대테러 작전 능력이 실종됐다고 볼 수 있다고까지 설명했습니다.

테러의 심각성을 인식한 독일 정부는 강력한 사생활보호 전통을 일부 완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경관의 몸에 보디캠을 장착하고, 경찰이 통화를 녹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모두 기존 개인정보보호법이 제한하거나 통제한 것들이라서 변화의 조짐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프랑스와 비교할 때 독일이 대테러 정책에서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라며, 추후 테러를 막으려면 사생활보호 전통과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관련 기관들의 철저한 공조를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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