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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KBO 에이전트 도입, 구단의 걱정

입력 : 2016.12.20 10:40|수정 : 2016.12.20 10:40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슈퍼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는 계약 협상 때마다 벼랑 끝 전술을 즐겨 사용한다. 협상 마감 시간을 코앞에 두고도 양보 없는 요구를 계속하며 구단의 애를 태운다. 지난 2012년 그는 류현진의 대리인으로 LA 다저스와 협상하며 마감시간 1분전까지 시간을 끈 일화도 있다. 그런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2017년도부터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세부 내용 조율에 한창이다.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겨울 오프시즌의 풍경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 같다.

선수 입장에서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적잖은 이득이다. 계약을 위해 구단 측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큰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업무를 위임하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구단 관계자와 직접 만나 얼굴을 붉힐 일도 없다. 실제로 심성이 여린 선수들은 협상 과정에서 구단의 갖가지 회유에 기대치를 밑도는 액수로 도장을 찍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선수협회가 제도를 적극 추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구단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실적으로 에이전트의 등장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이 어느 정도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에이전트 수수료가 발생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계약금이나 연봉이 높아질 수 있다.

계약에 이르는 과정도 험난해질 전망이다. 구단들은 선수가 아닌, 일종의 전문가와 마주 앉아야하는 만큼 계약 협상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말한다. 스캇 보라스 같은 공공의 적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이견이 있어도 선수들을 달래고 다독이면서 이야기 하면 협상이 의외로 잘 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의리와 정(情)은 통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이전트가 협상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지나친 언론플레이를 일삼는다면 오히려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단 측의 주장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전트들의 농간으로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무자격 에이전트 문제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의 순기능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더 넓게는 프로야구 산업을 키우는 역할일 것이다. 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연착륙하길 기대한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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